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신임 의장이 22일 공식 취임했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기대와 달리 연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시 의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취임 선서에서 "연준의 사명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며 "과거의 성공과 실수로부터 배우며 개혁 지향적인 연준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워시 의장이 완전히 독립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에서 열린 한 행사 연설에서는 "금리를 낮추면 모두가 매우 행복해질 것, 우리는 금리를 매우 빠르게 낮출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를 또다시 압박했다.
백악관에서 연준 의장 취임 선서식이 열린 것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이후 39년 만이다. 이후 연준 의장들은 연준 본부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워시 의장은 다음 달 16~17일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처음 주재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3.75%로, 연준은 올 들어 세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워시 의장은 그동안 연준 자산 축소를 통한 유동성 흡수와 기준금리 인하를 병행하는 방식에 무게를 둬왔다.
하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이 변수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8%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다. 4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0%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시장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한때 연 5.2%까지 치솟으며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한편 미국 실업률은 4.3%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보다 물가 부담이 더 큰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 내부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2일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는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워시가 처음 주재하는 다음 달 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동결'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4일 미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말까지 연준이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70% 안팎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취임한 신현송 한은 총재는 오는 2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처음 주재한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금통위에 대해 "K자형(양극화) 성장과 유가 상승의 미약한 2차 파급 효과로 인해 선제적 금리 인상보다는 명확한 긴축 성향을 띤 매파적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