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 재직 중인 30대 남성 김모씨는 올해 초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일 때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김씨는 "코스피 지수가 충분히 많이 올랐다고 생각해 하락에 베팅했다"고 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계속 우상향했고, 현재 78%대 손실을 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미수 거래로 큰돈을 잃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계속 오르는데 진입 시기도 늦은 거 같아서 포모가 왔다"면서 "전 재산 1억7000만원에 미수금 2억원까지 총 3억7000만원을 애프터마켓에서 '몰빵'투자했으나, 이튿날 국장이 폭락해 큰 손실을 입었다"고 썼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코스피 지수가 연초 이후 급등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이 랠리에서 소외된 이들은 극심한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라는 그늘에 갇혔다. "못 먹은 만큼 더 빨리, 더 많이 먹겠다"는 보상 심리에 사로잡힌 개인 투자자들은 결국 레버리지와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같은 초고위험 상품으로 빠르게 발길을 옮기고 있다.

여기에 신용거래나 미수거래(미수 거래는 위탁증거금과 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제도)를 활용해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이들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같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법은 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폭발적인 투기 심리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레버리지 ETF 관련 교육을 새로 수료한 인원은 53만494명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신규 수료자(20만5403명)의 두 배를 이미 훌쩍 넘어선 규모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향하고 있다. 금투협이 지난달 28일 개설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금융상품 교육은 3주 만에 6만4449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대장주들의 기록적인 폭등 타이밍을 놓친 개미들이, 단숨에 격차를 좁히기 위해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품으로 대거 베팅을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투자 목적으로 레버리지 ETF를 매수한다. 32세 직장인 박모씨는 "가지고 있는 시드(투자금)이 작다보니 단타로 빨리 수익을 올리기 위해 레버리지 투자를 선택한다"며 "어떤 특정 테마가 많이 오른 상태이면 그 관련주 매수 타이밍을 놓쳤다는 마음에 더 큰 수익률을 올리고 싶어 레버리지에 투자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초 9273억원이었던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 15일 1조5374억원까지 66%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직전 분기보다 4조8000억원 증가한 68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때 발생하는 증권사의 강제 처분(반대매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한 3월 초 당시 824억원까지 기록했던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한동안 100억원대의 안정세를 보이다 지난 15일 375억원까지 다시 고개를 든 상태다. 여기에 신용거래 반대매매까지 포함되면 반대매매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는 이미 턱 끝까지 찬 상태"라면서 "그나마 국내 증시가 하락했다가도 장 종료 전 조금씩 상승하면서, 아직은 반대매매가 쏟아지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개인 투자자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리고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지만, 실제 수익성 측면에서는 실속이 없다고 지적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의 경우 감수하는 위험 대비 높은 수익성을 내야 하는데 비례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도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고등을 켜고 나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금융회사의 과도한 빚투와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는 행위나 일부 핀플루언서 등의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높은 수준의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