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을 넘어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7~8일 이틀 동안 12조원이 넘는 '역대급'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와 '동학 개미(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팽팽하게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코스피는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어, 향후 코스피 전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5조3000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7일에도 외국인은 6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각각 역대 하루 외국인 순매도액 순위의 둘째, 셋째를 차지할 정도로 강한 매도세다. 다만, 8일 코스피는 0.11% 오른 7498.0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7일에도 1.43% 상승으로 마감했다.
외국인 순매도에 따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8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7.7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 1471.7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역대급 '팔자'에 나선 외국인들
외국인은 이달 들어 강한 매수세를 보이며 '코스피 7000′ 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갑자기 방향을 바꾸자 투자자들은 그 이유 찾기에 나서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첫 거래일인 4일 2조900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6일에도 3조1000억원을 사들였다. 특히 6일 외국인 순매수액은 지난해 10월 2일(3조1399억원)에 이어 역대 둘째로 컸다. 증권가에서는 '이란 전쟁으로 떠난 외국인들이 돌아왔다'는 진단과 함께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을 탄 코스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7일 외국인은 6조700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팔자'로 갑자기 태세를 바꿨다. 앞서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 기록한 역대 최대 순매도액인 7조812억원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다. 이어 8일에도 5조3000억원을 팔아치웠다.
종목별로 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올해 149% 폭등한 SK하이닉스였다. 약 2조400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어 삼성전자 우선주(1조550억원)·삼성전자(1조400억원)·SK스퀘어(9500억원)·LS일렉트릭(3800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도체·전력주(株) 등 최근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 위주로 팔아 이익을 챙긴 셈이다. 이에 일단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일각에선 외국인도 단타 매매 위주로 바뀐 한국 증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한 외국인 매도세, 증시 영향은?
국내 투자자들은 앞서 외국인 순매도가 코스피에 미친 영향이 엇갈렸기 때문에 당장은 방향성을 잡기 어려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2월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1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오히려 외국인의 팔자 물량을 받아낸 동학 개미에 힘입어 코스피는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3월에는 중동 전쟁 영향도 받았지만 외국인이 월간 역대 최대 규모인 36조원 가까이 팔아치우면서 5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선호하는 시장으로 꼽으며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8000에서 9000으로 높였다. 지난달 18일 7000에서 8000으로 올린 지 불과 20여 일 만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외국인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면서도 "현재 코스피는 전형적인 실적·정책 장세로 반도체 이익 추세 강화와 실적 전망이 상향되는 흐름은 코스피 상승 여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역대급 매수와 매도를 오간다는 건, 사실상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단타 매매를 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그만큼 국내 증시가 실물 경제와 괴리가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