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최근 점심시간마다 쏟아지는 회사 동료들의 투자 '훈수'에 골치다. 김씨는 "올해 초부터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믿고 투자하라는 조언을 수차례 듣고도 안 샀는데, 요새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폭등하는 걸 보고 너무 후회된다"면서 "주변에서는 '아직도 싸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지금이라도 사야 되나 고민"이라고 했다. 또 다른 30대 개인 투자자 장씨는 "증권가에선 '40만 전자' '200만 닉스' 얘기도 나오는데, 덜컥 투자하자니 불안하지만 투자를 안 했을 때 느낄 박탈감 때문에 계속 조금씩 샀다 팔았다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코스피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개인들 사이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식을 멀리해 온 이들부터 주식 투자를 해왔지만 반도체·정보기술(IT) 등 최근 폭등한 섹터를 담지 못한 이들까지 포모(뒤처졌다고 생각하는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더구나 코스피가 7000을 돌파한 가운데 증권가에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점도 되레 투자자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삼전닉스' 목표주가 추가 상승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120%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1만9900원이었는데, 7일 27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개월여 만에 126.4% 폭등한 셈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65만1000원에서 154.1% 오른 165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런 폭등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권가에선 잇따라 이들의 목표 주가를 높여 잡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SK증권은 50만원, 미래에셋증권 40만원, 유진투자증권 36만원 등을 내걸었다. 현재 주가보다 많게는 80% 가량 더 오를 여지가 있단 뜻이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SK증권(300만원)·미래에셋증권(270만원)·유진투자증권(230만원)에 이어 일본의 노무라증권(245만원)과 같은 해외 증권사들도 최근 줄줄이 목표 주가를 올렸다.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올해 내내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란 이유다.
'삼전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47%를 차지하는 만큼 두 종목의 강세는 코스피의 목표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상단으로 8600을 제시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 평가 정상화만으로도 코스피 8000은 달성 가능하다"며 "반도체 온기가 산업재·증권·소비재 등으로 확산되면 8600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결된다면 코스피 1만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골드만삭스·JP모건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코스피 전망을 8000~8500으로 예상한다.
◇환희 속에도 외국인은 차익 실현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가 5조9890억원을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는 사이 외국인 투자자는 7조1724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7000 시대를 이끈 주역 중 하나인 외국인들은 차익 실현에 나선 셈이다.
증권가의 '매수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가에서 기업이나 지수의 목표 주가를 높여 잡고 매수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년에서 2024년까지 국내 증권사 43곳의 투자 의견 보고서 73만5162건을 분석한 결과 '매수' 비율이 78.17%로 집계됐다. '적극 매수'는 0.66%, '보유'는 20.31%였다. 특히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매수'나 '적극 매수' 비율은 91.17%에 달했는데, 이 기간 '매도'는 0.14%에 불과했다. '적극 매도'는 한 건도 없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도 의견을 냈다가는 해당 기업이나 투자자들로부터 각종 항의에 시달려야 하다 보니 국내 증권가에서는 보유 의견이 사실상 매도로 해석될 만큼 매수 쏠림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