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시대를 견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순한 주도주를 넘어 국내 증시의 판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ETF 시장부터 외국인 수급, 지수 변동성에 이르기까지 증시 전반이 사실상 두 종목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ETF에도 온통 삼전·하이닉스…유사 테마 경쟁에 논란 일기도
먼저 ETF 시장의 '삼전닉스' 쏠림 현상이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상장된 신규 ETF 49종 가운데 14개(29%)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를 핵심 자산으로 담았다. 반도체 투톱의 주가 고공행진에 올라타려는 상품들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오는 22일에는 두 종목을 각각 2배로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등판을 예고했다. 상품 거래를 위한 사전 교육에만 일주일 새 1만명이 몰릴 만큼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과열된 상품 경쟁은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를 출시하며 SK하이닉스(000660) 노출도를 40%까지 높였다고 홍보했으나, 실제 편입 비중은 24%에 그쳤다. 지주사인 SK스퀘어 비중까지 합산해 '착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측은 뒤늦게 수치를 정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1년 전 희비 엇갈린 반도체 투 톱… 지금은 '모두' 산다
외국인 수급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외국인 자금은 반도체 외에도 다양한 업종으로 분산됐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집중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이 희비가 갈렸다. 지난해 5월 외국인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였지만 삼성전자는 반대로 순매도 1위였다. 엔비디아 공급망 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는 HBM3E 8단 및 12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며 시장 기대를 끌어올렸지만 삼성전자는 당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다.
올해 초엔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었고, NAVER(035420)·한화오션·셀트리온·삼성중공업 등 바이오와 조선·방산·원전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분산됐다. 연초 급등했던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 실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내외 이벤트와 정책 기대감이 몰린 업종 중심으로 순환매 장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동시에 사들이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전쟁 우려가 완화되고 코스피 상승세가 재개되자 외국인 순매수 1·2위에 두 종목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를 2조822억원, 전날 삼성전자를 3조5676억원 순매수했는데 모두 외국인 역대 최대 순매수 규모였다.
◇시가총액 1위가 하루 10% 급등락…단기 상승 속도는 부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변동성도 과거와 달라졌다. 예전에는 시총 1위 종목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하루에도 10% 넘게 널뛰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 삼성전자는 전날 하루 만에 14.41% 급등했는데 이는 닷컴 버블 당시인 2001년 12월 이후 약 24년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일주일(4월 30일~5월 6일)간 23.82%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10.37%)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지난달 말 130만원을 밑돌던 주가는 이날 장중 172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총 비중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두 종목의 움직임이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좌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외 업종들은 대부분 코스피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섹터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현재 코스피 지수와 200일 평균과의 괴리도 닷컴 버블 당시 수준까지 벌어진 만큼 단기 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