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 업계가 올해 실적 개선을 예고한 가운데, 유통주 내에서도 '잘되는 곳만 가는'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명품 소비 견인차를 확보한 백화점주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대형 마트 등 필수 소비재 중심의 유통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며 업종 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대표 백화점 3사(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신세계(004170) 주가는 지난해 4월 30일 15만4200원에서 이날 종가 기준 41만3000원으로 167.8% 올랐다. 롯데백화점을 사업 부문으로 두고 있는 롯데쇼핑(023530)은 같은 기간 103.7% 상승했으며, 현대백화점도 83.8% 올랐다.
백화점 업종은 '20년 만의 호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개별 종목별 실적 추정치도 높아지고 있다. 신영증권은 현대백화점·롯데쇼핑·신세계 3사의 백화점 사업 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1%, 36.5%, 28.8%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황의 주된 배경은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소비 여력 확대가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등 금융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근로소득 외 자산 소득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일부 기업의 고액 성과급 지급까지 겹치면서 명품 등 고가 소비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득이 낮은 계층은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반면, 자산을 활용해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상위 계층의 소비 여력은 더 커질 수 있다"며 "당분간 백화점이 주도하는 구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필수 소비재 채널은 수요 둔화가 뚜렷하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상승한 반면, 대형 마트 성장률은 같은 기간 15.2% 감소했다. 이처럼 사치재 소비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필수 소비재는 오히려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다. 통상 경기 방어주로 인식되는 필수 소비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소비 패턴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개별 업종 주가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이마트(139480) 주가는 1년 전 9만1700원에서 이날 종가 기준 10만6400원으로 16.03% 오르는 데 그쳤다. 백화점 3사 주가가 같은 기간 84~168% 올랐던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피 지수도 1년 새 158.35% 오르면서 지수 랠리에서 소외된 모습이 두드러졌다.
남 연구원은 "홈플러스 폐점으로 인한 효과가 다른 대형 마트로 유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로 인한 소비는 위축되면서 구조적인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대형 마트의 매출은 휴일 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큰 폭으로 역성장했다"며 "홈플러스의 매출은 약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수요가 대형 마트 경쟁사로 이동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 업종에 대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호황은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올해 3분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지금과 같은 외부 환경이 계속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