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DB손해보험(005830)의 실손 보험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인공지능(AI) 챗봇 상담을 이용했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채팅창에 '실손 보험 상품을 소개해달라'고 입력했지만 "제가 아직 배우지 못한 내용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원과 직접 통화한 뒤에야 원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금융권에 'AI 상담원' 도입이 늘고 있지만, 고객들 사이에서는 "속이 터진다"는 반응이 많다. AI가 원하는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원과 통화하려면 반드시 AI 상담원을 거치도록 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리포트 글로브(Reports Globe)가 2024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보험업계의 AI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에서 2028년 5억5000만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고객 상담과 사기 탐지 등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보험사도 챗봇과 AI 상담 서비스를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손보업계 최초로 보험 추천·분석 기능을 갖춘 맞춤형 AI 상담 어시스턴트를 도입했고, DB손해보험은 AI 챗봇 '프로미'를 출시했다. KB손해보험 역시 AI 기반 상담 에이전트를 도입해 소비자 응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담 서비스에는 여전히 한계가 드러난다. AI는 간단한 질문에는 효율적으로 응답하지만, 복잡한 상품 문의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운영 중인 챗봇에 '유병자 암보험'이나 '어린이보험' 등 구체적인 상품을 입력하면 답변을 하지 못하거나 전문 상담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한계는 고객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KB경영연구소가 작년 10월 발표한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한 금융 상담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1.6%에 그쳤다. 불만족 응답자의 73.6%는 챗봇이나 음성 인식 등 AI가 요구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부작용은 상담 현장의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AI가 해결하지 못한 문의는 상담사로 연결되는데, 이미 AI에 시간을 뺏긴 고객들의 불만이 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인용된 또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 상담원의 66%는 AI 도입 이후 근무 여건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AI 오류로 인한 고객 민원 증가로 스트레스가 커졌다'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AI 상담사의 전문성이 부족해 고객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데이터가 더 축적되면 상담 품질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상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