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코스피가 이달 반등 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를 이어가면서 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곱버스'(인버스 2배 상장지수펀드) 상품들이 사실상 붕괴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격이 100원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거래대금과 거래량도 급감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이 빠르게 약해지는 모습이다.

◇100원대 '동전주' 된 곱버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곱버스 ETF 가운데 가장 거래량이 많은 KODEX 선물200인버스2X는 전 거래일 대비 11.52% 하락한 169원에 마감하며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상장된 곱버스 ETF 5개 가운데 4개가 1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전체 ETF 종가 기준으로도 하위 5개가 모두 곱버스 ETF로 채워졌고, 일반 인버스 상품까지 포함하면 하위 10개 중 8개가 하락 베팅 상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급등하는 동안 곱버스 수익률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음의 복리' 효과가 작용하면서, 하락장에서도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부각됐다. 지수가 방향성 없이 오르내릴 경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변동성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깎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락을 기대하고 투자했더라도, 지수가 '천천히 빠지는' 대신 등락을 반복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코스피가 하루 10% 상승한 뒤 다음 날 10%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지수는 100에서 110, 다시 99로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곱버스와 같은 레버리지 상품은 첫날 –20%, 다음 날 +20%가 적용되며 100에서 80, 다시 96으로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

◇거래대금·거래량 동반 급감

투자자 관심도 빠르게 식고 있다. 이달 26일까지 곱버스 ETF 5개 일평균 거래대금은 9041억700만원으로, 지난달(1조4304억7900만원) 대비 크게 줄었다. 거래량 역시 같은 기간 일평균 50억주에서 39억6500만주로 감소했다.

손실 투자자 비중도 극단적이다. NH투자증권 데이터에 따르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 투자자 중 손실을 보고 있는 비율은 지난 23일 기준 99.99%에 달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실 구간에 갇힌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곱등이'라는 자조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주가가 내 키보다 낮아졌다", "곱버스를 다시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액면병합도 막힌 구조적 한계

문제는 이 같은 곱버스 ETF들은 가격이 급락해도 구조적으로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 주식과 달리 ETF와 ETN은 액면분할이나 병합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내 상법상 액면 조정 대상이 '주식'으로 한정돼 있어, 수익증권인 ETF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년 '거래소 상품의 호가단위 축소 효과 및 시사점' 논문에서 "기초지수를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은 구조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저가 구간에서는 호가 스프레드와 괴리율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며 "상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액면병합 허용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