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한모(31)씨는 지난 20일 SK하이닉스 5주(株)를 추가 매수했다. 주말에 미국이 이란 화물선을 나포했다는 소식이 터져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졌지만 '사자'를 이어갔다. 한씨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40조원이라는 역대급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쟁 이슈는 오히려 저점 매수의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트럼프 한마디에 수시로 바뀌는 전쟁 이슈보다 눈에 보이는 기업 실적에 기대를 걸어볼 셈"이라고 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전쟁 소식에 둔감해진 이가 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이후 코스피가 하루에 7%, 12%씩 폭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졌는데, 이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중동의 전황(戰況)보다 기업의 업황(業況)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전쟁 리스크에 둔감해진 시장
실제로 이달 들어 코스피의 변동성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44% 오른 6219.0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작전 중 이란 국적의 화물선을 나포해 종전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와중에도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도 하루에 6.49%(지난달 23일), 4.26%(지난달 31일)씩 급락해온 코스피가 달라진 셈이다.
코스피뿐이 아니다. 지난 20일 일본 닛케이 평균은 0.60%, 대만 가권은 0.42% 올라 마감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마찬가지로 등락 폭이 줄어들면서 전쟁 리스크발 변동성이 줄었다는 평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이란행 화물선을 나포하고 2차 협상 개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아시아 증시는 올랐다"며 "코스피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실적 기대가 이어지며 신고가에 근접했다"고 했다.
◇한국형 공포 지수도 하락세
'한국형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도 하락세다.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VKOSPI는 지난 20일 50.32를 기록했다. 지난달 4일까지만 해도 80.37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는데 이달 들어 안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수시로 바뀌는 전쟁 상황보다 기업 실적에 더 주목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한다. 박준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서서히 전쟁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종전 기대감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정해졌는데, 이번 주를 기점으로 각 산업별 이슈가 증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는 더 이상 새로운 변수라기보다는 '반복적으로 가격에 반영돼 온 이벤트'에 가까워진 상황"이라며 "향후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지수의 하단이 견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코스피 전고점 경신 머지않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전고점을 경신하는 '2차 랠리'가 시작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6200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55배에 불과한데, 이는 코로나 저점(7.52배)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초반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이란간 협상 불확실성과 실적 시즌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변동성 확대 양상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중반 이후 시장의 무게 중심이 실적 시즌으로 이동하며 코스피가 전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