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순자산 총액이 지난 15일 400조원을 사상 처음 돌파했다. ETF는 주식이나 채권 등 여러 자산을 지수화해, 묶음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어 투자가 간편한 데다 최근 한국 증시의 강세 랠리에 힘입어 퇴직연금 등이 대거 몰리면서 개인 투자자의 핵심 투자 창구로 떠올랐다.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도 지난해 6월 200조원, 지난 1월 300조원 등 빠르게 몸집을 불려나갔다.
문제는 ETF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부작용도 덩달아 커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괴리율 확대, '왝더독'에 따른 가격 왜곡, 유사 상품 난립 등 부작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격 왜곡 부르는 '왝더독'
ETF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ETF가 개별 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는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의 실적이나 업황과 무관하게 ETF 편입 여부만으로 주가가 10~20% 급등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ETF는 지수 구성 종목을 그대로 복제해 등락률을 좇는 패시브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ETF에 편입된 종목에는 기계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돼 가격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유동성 종목의 경우 ETF를 통한 자금 유입과 환매가 펀더멘털과 무관한 수급 충격으로 작용하며 주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괴리율 확대도 문제
ETF 시장 가격과 순자산가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도 증시의 변동성 확대 국면 속에서 급증하는 추세다. 괴리율은 ETF 한 주당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의 차이를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국내 자산 ETF 1%, 해외 2% 초과 시 공시된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괴리율 초과 공시는 688건에 달했다. 지난 2월(372건)의 2배인 데다 지난해 12월(195건)과 비교하면 3.5배 수준이다. 실제 자산 가치와 시장 가격 사이의 왜곡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괴리율이 높아지면 투자자는 실제 자산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 꼴"이라고 했다.
◇쏟아지는 '복붙 상품'
ETF 시장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로 '복붙' 상품이 쏟아지고, 과장 광고가 성행하는 문제도 나타난다. 가령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 톱'을 담은 ETF를 쏟아냈다.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에 이어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도 각각 반도체 투 톱 비율이 50%인 상품을 내놓았다.
조만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단일 종목을 레버리지로 투자할 수 있는 ETF 출시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TF 진입은 쉽지만 부실 상품 관리가 미흡하다"며 "인기 하락 시 스프레드 확대와 괴리율 증가로 거래 어려움이 커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과장 광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특정 주식 비율을 법상 한도인 30%를 우회해 초과 투자하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커버드콜 ETF의 분배금 재원에 대한 설명 없이 투자자 오인을 유발하는 등 문제 사례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