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서비스를 재개하며 '빚투'(빚내서 투자) 문을 다시 열고 있다. 지난달 중동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신용거래를 제한했던 증권사들이 이달 들어 시장 상황이 관리 가능한 수준에 진입했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은 지난 3일 일시 중단했던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14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신용공여 한도에 여유가 생기면서 서비스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달 1일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다시 열었고, KB증권은 다음 날인 2일 고객당 5억원 한도로 매수할 수 있게 했던 신용융자 매수 제한을 고객별 약정 한도로 완화했다. 다만 세 증권사는 서비스 재개 후에도 한도 소진 시 서비스가 다시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시장에서는 신용거래 규모 자체는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전체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낮아지며 과열 국면에서는 벗어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기준 33조2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달 5일(33조6945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지만, 연초(27조4207억원) 대비로는 여전히 많다. 특히 코스피 잔고는 23조40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신용잔고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신용잔고율은 시가총액 대비 신용거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빚을 내 투자한 규모가 얼마나 시장에 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잔고율이 높을수록 레버리지 투자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코스피 신용잔고율은 전날 기준 0.71%로, 올해 매월 첫 거래일이었던 1월 2일(0.73%), 2월 2일(0.76%), 3월 3일(0.78%), 4월 1일(0.72%)보다 하락했다. 코스닥 잔고율은 같은 기간 1.57%→1.57%→1.60%→1.44%→1.40%로 내림세가 더 뚜렷하다.
주가 상승으로 전체 시가총액이 확대되면서 절대적인 잔고 규모와 달리 비율 기준에서는 빚투 강도가 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45%, 24%씩 올랐고, 전체 시총은 3984조원에서 5642조원으로 1658조원(42%)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뿐 아니라 전 금융권의 잠재적 '빚투' 요인을 점검하면서도, 현재 신용공여 규모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말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이후 현재까지 반대매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저담보 계좌 비중은 감소세"라며 "신용융자, 증권담보대출 전반의 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하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증시 변동성에 따른 신용거래 리스크를 경계하는 시각은 여전히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데이터를 보면 주가 하락은 신용잔고 감소로 이어졌다"며 "사상 최대 수준까지 상승한 신용잔고는 증시 변화에 따라 시차를 두고 반대매매로 돌아올 수 있어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