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국내 상장사가 절반에 육박하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본비용(COE) 대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PBR이 1배를 밑돈다는 것은 기업의 시장 가치가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PBR 1배 미만 상장사 기업 가치 제고 공시 의무화를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김 의원이 2년 연속 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공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이른바 '주가 정상화법'을 발의한 이후 해당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기업 가치 제고 공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COE와 ROE를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E는 자본 조달 비용, ROE는 자기자본을 활용해 창출한 수익성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는 매출액,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등 전통적인 지표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해왔지만, 투입 자본 대비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며 "자본비용 대비 자본수익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PBR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PBR이 낮게 형성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지목됐다. 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거나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이 낮은 경우와, 기업이 벌어들인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경우다.
유무선통신, 전기가스, 유틸리티, 광물, 제지, 항공 등 구조적으로 ROE가 낮은 산업은 전자에 해당해 구조적 한계로 볼 수 있지만, 충분한 이익을 내고도 이를 주주환원이나 효율적 투자로 이어가지 못해 자본비용을 높이는 경우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일본 사례를 들며 "ROE와 COE의 현재 수준과 목표치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타임라인을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밸류업 공시 도입 이후 프라임마켓에서 PBR 1배 미만 기업 비율이 2022년 50%에서 2026년 27%로 크게 감소했다.
이와 함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큰 국내 기업 구조상, 이들의 유인을 적절히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토론에서는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가 기업가치 제고 공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 구조를 제안했다. 그는 공시 계획의 승인 주체를 이사회로 명확히 할 경우, 이사의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해 보다 실효성 있는 공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 주주의 의결권 행사 시점을 고려해 공시 제출 시기를 정기주주총회 2주 전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무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스피에는 구조적으로 PBR이 낮을 수밖에 없는 산업군이 많다"며 "법으로 강제할 경우 양적 개선은 가능하겠지만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