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변동성이 더 큰 코스닥 시장으로 개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전쟁의 영향을 덜 받는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이 잠시 대피하는 모습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거래대금 비중(일평균)은 지난 1월 48.11%에서 3월 42.41%, 4월(1~13일 일평균) 42.27%로 낮아진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65.52%에서 67.54%로 상승했다. 일부 개인 자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일러스트=챗GPT

이러한 자금 이동은 투자자들이 단순 변동성이 아닌 '전쟁 변수에 대한 민감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피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 비중이 높아 국제 유가와 환율, 글로벌 경기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반면 코스닥은 바이오·성장주 중심의 종목 장세가 형성돼 있어 전쟁과 같은 외부 변수보다는 개별 기업 이슈나 성장 기대감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크더라도 전쟁 변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시장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나 이차전지 등은 상대적으로 대외 변수에 노출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또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 부담이 커지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형사는 늘어나는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지만, 코스닥 시장은 이차전지 소재·장비 등 공급망 기업 비중이 높은 만큼, 완성품 중심의 코스피 대형주보다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이 높아 지정학적 리스크 때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증시가 출렁이며 개인 자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빠져 나갔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실제로 전쟁 초기였던 2022년 3월,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거래대금 비중은 56.47%였지만 5월(54.78%), 6월(48.27%)로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점점 비중이 낮아졌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3월 83.26%에서 5월(83.14%), 6월(82.74%)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이러한 자금 이동이 곧 코스닥 시장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종 특성상 전쟁 변수에 대한 민감도는 낮을 수 있지만, 코스닥 시장에 내재된 높은 변동성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허재환 연구원은 "정책 수혜 등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전망 자체는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면서도 "코스닥 시장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개별 이슈가 커서 변동성 자체는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최근 들어 전쟁 관련 뉴스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전쟁 발발 직후인 3월에는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만 5~7% 폭락했다가 회복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지만, 이달에는 등락폭이 다소 줄었다.

전쟁 관련 뉴스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단순 이벤트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유가 상승이나 공급망 차질처럼 실제 기업 실적과 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더 반응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쟁 장기화 국면 진입에 따라 자산 시장의 변동성 자체는 이미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정학 리스크 같은 외부 변수가 지배적인 국면에서는 이익 가시성과 기초체력(펀더멘털)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