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광통신을 '미래 핵심 기술'로 지목하면서 국내 증시 관련주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초 대비 600% 이상 폭등하는 종목이 속출하자 한국거래소는 이들을 줄줄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며 경고등을 켰다. 다만 기업별 실적 편차가 뚜렷한 만큼,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루빈 GPU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14일 코스닥 상장사 빛샘전자(072950)는 전날보다 29.96%(4200원) 오른 1만8220원으로 장을 마쳤다. 우리로도 전 거래일보다 18.72% 급등했고, 대한광통신 역시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티엠씨(217590)는 10% 가량 상승했으며, 광전자는 전날 투자위험 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이날 하루 거래정지 중이다.

이들은 모두 광통신 테마로 묶이며 최근 줄줄이 투자주의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빛샘전자가 이날 하루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가운데, 이미 투자경고 단계인 대한광통신은 추가 급등 시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는 예고를 받았다. 광전자는 투자위험 종목 지정으로 이날 하루 거래가 중단됐고, 우리로 역시 투자위험 종목 지정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랠리는 광통신이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촉발됐다. 특히 지난달 열린 'GTC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광통신을 미래 AI 인프라의 필수 기술로 지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광통신은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구리 케이블을 이용한 기존 전기 신호 방식은 AI 시대의 폭증하는 데이터량을 감당하기에 속도와 전력 효율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통신 기술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AI 모델의 특성상 수천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초고속 네트워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광통신은 기존 구리 케이블 대비 전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장거리 전송에 유리해,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히고 있다.

광통신주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몇 배씩 뛰었다. 우리로(046970) 주가는 올해 초(1월 2일) 대비 826.56% 급등했다. 대한광통신(010170)(619.64%), 광전자(657.89%), 빛샘전자(238.66%)의 주가 역시 크게 올랐다.

광통신주 랠리는 국내 증시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광통신 대장주로 꼽히는 루멘텀(125.63%), 시에나(95.03%), 코히런트(58.46%) 모두 연초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루멘텀과 코히런트는 엔비디아로부터 각각 20억달러씩을 투자 받으며 주목 받았다.

미국 광통신주를 주로 편입한 KODEX 미국AI광통신네트워크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31일 상장한 이후 전날까지 34.54%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천흥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ETF에 편입된 기업들은 수만 개의 GPU를 연결하는 데이터센터 내 고속 광 인터커넥트와 장비를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 기업"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 기업)들의 AI 투자 사이클이 가속화되면서, 광통신 업종 전반에서 매 분기 가이던스를 상향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루멘텀의 경우, 2027년까지 자사 제품이 모두 완판된 상태이며 코히런트 역시 내년 말까지 현재 생산능력(캐파, Capa)의 4배를 확장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높은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에나는 기존 가이던스를 상향하며 기존에 예상했던 올해 매출액보다 28% 높은 수치를 제시한 상태다.

이처럼 AI 산업 내 광통신의 중요성은 급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개별 기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 기업별 펀더멘털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빛샘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2023년 37억원, 2024년 51억원에서 지난해 91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주당순이익(EPS) 또한 938원 수준으로 견조하다.

반면 대한광통신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200억원대 영업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영업이익률 역시 -12.88%에서 -15.35%로 악화된 상태다. 우리로 또한 3년째 적자 행진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의 기술력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광통신에 대해 "통신, 전력, 방산용 광케이블과 원재료인 광섬유를 동시에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수직계열화 업체"라며 "특히 매출 대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저가 중국산 케이블의 진입이 차단된 점은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했다.

우리로 역시 기술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한국IR협의회 기술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로는 1998년 설립된 광통신·양자기술 전문기업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최적화된 맞춤형 광통신 솔루션을 공급하며 업력을 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