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이 계열사 한솔테크닉스(004710)를 중심으로 초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분야 밸류 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한솔테크닉스가 모회사 한솔홀딩스가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윌테크놀러지를 인수하기로 한 것인데, 한솔홀딩스는 지분을 넘기면서 인수에 필요한 자금 지원에 나섰다.
한솔테크닉스가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소식에 13일 주가는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했다. 다만 인수 자금을 외부 차입으로 마련하는 데다, 지난해 인수한 한솔오리온텍의 상장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한솔테크닉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솔테크닉스는 윌테크놀러지의 지분 83.4%를 1772억원에 인수한다고 13일 밝혔다. 계약금액 157억원은 이미 지급했고, 잔금 1615억원은 기업결합 승인 후 지급할 예정이다.
2001년 설립된 윌테크놀러지는 반도체·액정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이윤정 대표와 김명환 부사장이 가진 지분이 각각 37.46%, 6.04%이고, 국내 벤처캐피탈 얼머스인베스트먼트가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16.9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솔홀딩스(004150)는 윌테크놀러지가 발행한 전환사채·교환사채를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전환권·교환권을 행사해 해당 주식을 모두 한솔테크닉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전환권·교환권이 행사된 이후 한솔홀딩스가 넘기는 윌테크놀러지 지분은 전체 발행 주식의 50%가 넘는다.
이에 따라 한솔홀딩스는 윌테크놀러지 지분을 넘기는 동시에 한솔테크닉스에 출자하면서 한솔테크닉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한솔홀딩스는 한솔테크닉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45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한솔테크닉스는 이와 별도로 4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한솔테크닉스는 모회사를 통한 자금 조달과 일반 주주를 상대로 추진할 유상증자에 다소 차이를 뒀다. 한솔홀딩스는 1주당 4885원에 한솔테크닉스 신주를 인수하지만, 일반 주주에 대한 신주는 기준 주가에 할인율 20%가 적용돼 1주당 3625원에 발행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20% 우선 배정되고 1주당 0.3주의 신주가 배정된다.
인수 결정이 발표된 이후 한솔테크닉스 주가가 급등했지만, 회사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솔테크닉스는 잇따른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한솔테크닉스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 3년 1조2000억원 안팎에서 정체된 가운데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2023년 5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00억원 규모로 줄었다.
한솔테크닉스는 지난 2022년 반도체 장비 소재의 정밀 가공·세정·코팅 사업 등을 영위하는 아이원스(지금 한솔아이원스)를 인수한 뒤 지난해 반도체 소재 재생 기업인 에스아이머트리얼즈를 인수했다.
이 때문에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번 돈에서 필수 설비투자와 타법인 인수 등을 모두 제하고 최종 남은 현금을 의미하는 내부순현금흐름(ICF)은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회사는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2026~2027년 연간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보유 현금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워 외부 차입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인수한 한솔오리온텍(옛 오리온테크놀러지)과 관련된 추가 자금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한솔테크닉스는 사모펀드 하일랜드와 함께 한솔오리온텍을 인수했는데, 인수 당시 하일랜드는 3년 내 회사가 상장(IPO)하지 못할 경우 지분을 매도 청구(풋옵션)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문제는 중복상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솔오리온텍의 상장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하일랜드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한솔테크닉스(혹은 테크닉스가 지정하는 제3자)는 하일랜드가 보유한 한솔오리온텍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한솔테크닉스는 "반도체 시장의 우상향 사이클에 맞춰 자금 조달을 통해 비메모리 특화 프로브카드(반도체 테스트 핵심 부품) 제조사인 윌테크놀러지를 인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테크놀러지는 지난해 매출이 675억원을 냈고, 영업이익은 100억원 규모였다. 전체 매출의 90% 안팎이 삼성전자(005930) 공급에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