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내 증시도 급락했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세 번째 낙폭을 기록했다. 장중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도 발동됐는데 이번 달 들어서만 네 번째 매도 사이드카였다.

중동분쟁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증시가 급락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로, 코스닥 지수는 64.63포인트(5.56%) 하락한 1096.89로 마감했다. /뉴스1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49%(375.45포인트) 급락한 5405.7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전 거래일보다 3.48% 하락한 5580.15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장중 낙폭을 더 키웠다.

오전 장중 한때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10거래일 만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6번째 매도 사이드카, 이번 달 들어 네 번째 매도 사이드카이기도 하다.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에 급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6000억원, 3조8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이날 7조원 넘게 사들이며 5400선을 방어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급락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6%, 7% 급락하며 20만전자와 100만닉스를 반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 기대가 약화되면서 현금 보유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 증시에서도 그동안 주도주 역할을 하던 반도체, 증권, 원전, 방산 등 현금화가 용이한 주도주·대형주 중심으로 수익을 실현하려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대규모 순매도가 촉발됐다"고 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이란 전쟁을 둘러싼 중동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들을 흔적도 없이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국제 유가도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0달러 가까이 올랐고, 브렌트유 또한 112달러까지 올랐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자극을 받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지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24.3%로 상승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 통첩과 이란의 항전 의지에 긴장감이 고조됐다"면서 "여기에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인하 가능성 기대를 역전하면서 증시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성향의 인물이 지명된 것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22일)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했다.

업계에서는 신 후보자에 대해 매파적 성향이라고 평가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안정을 중시하고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며 "때문에 당연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리스크 인식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5.56% 내린 1096.89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도 개인이 방어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609억원, 2004억원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 홀로 4656억원 순매수했다. 다만 새롭게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로 등극한 삼천당제약(000250)은 3%대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