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참석했다. /뉴스1

주식 매매 결제주기 단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정상화 간담회'에서 주식 결제주기를 언급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느냐"며 "필요하다면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주식을 매도한 뒤 그 돈을 2영업일 후 출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일 목요일에 주식을 팔았다면, 실제 돈을 주말 건너뛰고 23일 월요일에서야 뺄 수 있다는 뜻이다. 창구에서 손으로 전표를 쓰고 증권사끼리 하루치 거래 내역을 일일이 정산하던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이란 평가가 많았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글로벌 자금이 실시간으로 흘러다니는 상황에서 뒤떨어진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대통령 발언으로 이 같은 거래 방식의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정합성과 시장 영향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빠르면 내년 10월 T+1 전환

매매 거래일 이후 2영업일 뒤 결제가 이뤄지는 이른바 'T+2′ 방식은 증권사 간 청산과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지돼 왔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일본, 홍콩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T+2 결제주기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T+1′ 체계는 매매 거래일 다음 날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로, 자금 회전 속도를 높여 시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은 2024년부터 T+1 결제주기를 도입했으며, 영국과 유럽 국가의 경우 현행 T+2이지만 내년 T+1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주식시장도 T+1 시스템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 말부터 관련 워킹그룹을 구성해 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8일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과 유럽의 동향에 발맞춰 국내도 빠르면 내년 10월 T+1 결제주기 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증권사, 전산·수익성 딜레마

증권사들은 제도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 대비 자금 운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제주기가 짧아지면 투자자 자금 회전율이 높아지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이유다.

시장 구조는 걸림돌이다. 2024년 5월부터 T+1 체계로 전환한 미국은 달러 기반 통화 체계로 결제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가 해외 운용사와 글로벌 브로커를 거쳐 국내 상임 대리인을 통해 결제를 진행하는 다층 구조다. 이 과정에서 계정 배분, 외환 환전, 자금 이체 등의 절차가 필요해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시차 문제도 부담이다. 한국이 T+1로 전환할 경우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차로 인해 사실상 'T+0' 수준으로 작동하게 된다. 미국 투자자가 밤사이 한국 주식을 거래하면, 다음 영업일 안에 환전과 결제를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예정된 거래시간 연장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인력·시스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선 결제주기 단축 시 RP등 초단기 자금 운용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