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000선을 향해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여전히 저평가 기업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회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제고를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밸류업 정책이 중소형주 주가의 실질적인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기업은 전체 807개 기업(우선주 제외) 중 536개로 집계됐다. 이는 66.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 1694개(우선주 제외) 중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761개로 44.9%에 달했다. 이를 합치면 양 시장 전체 상장사의 약 52.8%가 PBR 1배 미만 기업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PBR이 0~0.3 이하인 기업은 93개, 0.31~0.5 이하는 199개, 0.51~0.7 이하는 130개, 0.71~0.99까지는 113개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PBR이 0~0.3 이하인 기업이 82개, 0.31~0.5 이하는 221개, 0.51~0.7은 198개, 0.71~0.99까지는 239개였다.
PBR은 시가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을 청산했을 때의 자산 가치보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 가치가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저PBR 구조가 지속되자 국회에서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BR이 2년 연속 1배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배당 가능 이익 처분 계획, 배당 및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 사업 구조 개선 계획 등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포함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속·증여 과정에서 상장사들이 주가를 낮게 유지해 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PBR 0.8배 미만 기업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비상장 주식처럼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반영해 과세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입법 움직임이 저평가된 기업들의 주가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당이 추진하는 밸류업 계획 공시 의무화와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관련 법안은 중소형 저평가 기업의 주가 정상화를 위한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시 의무화만으로도 기업들의 자본 효율성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PBR 1배 미만 기업에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만으로도 저평가된 주가가 개선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며 "기업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목표를 제시하고 주주와 논의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종별 특성과 회계 기준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통 제조업 등은 구조적으로 PBR이 낮고 기업별 회계 기준에 따라 산정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며 "일률적인 기준으로 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추진된 바 있다. 일본은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PBR 1배 미만 기업에 자본 효율성 개선 계획을 공시하도록 압박했고, 그 결과 PBR 1배 미만 기업 비율이 2022년 말 51%에서 2023년 말 44%로 줄어들었다. 다만 일본은 법적 제재 없이 시장 압력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