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큰 폭 조정받으면서 그동안 대규모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매수세로 전환할 여지가 생겼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지난 3~4일 지수가 폭락한 이후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주가 평가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남아 있다. 외국인 자금은 원화 가치(환율)와 미국 국채 금리가 어떤 흐름을 보이는 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 이후 코스피 지수는 급락했다. 지난 2월 마지막 거래일 6200포인트를 넘었던 코스피 지수는 전쟁 발발 후 5500선 부근으로 주저앉았다.
지수가 급락하면서 밸류에이션 지표도 낮아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전쟁 발발 전 거래일이었던 지난달 27일 26.04에서 이달 4일 21.23로 18% 떨어졌다. 5일 코스피 지수가 폭등하면서 코스피 PER은 23.28로 올랐지만, 아직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조정에 따라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 증시 고평가를 완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 보유 기간이 길어 밸류에이션을 많이 고려한다"며 "외국인이 코스피 5200~5300 수준에서 순매도세를 보인 것은 급등한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고 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코스피 지수가 6200까지 오르면서 고평가 논란이 커졌는데, 전쟁 발발로 이 논란이 일부 해소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는데, 이들 주가가 급등하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난 6개월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3배씩 올라 비중이 커졌다"며 "외국계 헤지펀드가 이익 실현을 하면서도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지 예측할 때 지켜봐야 할 지표는 환율과 미국 금리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주식에 투자한 뒤 이익이 나면 다시 달러로 바꿔야 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환율이 급등락할 경우 이익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 추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 국채 금리가 흔들릴 경우 위험 자산 처분을 위해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일 수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 시장과 미국 채권 시장이 불안할 경우 외국인은 가격과 무관하게 포지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