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추진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가 오는 17일 시행된다.

BDC는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 벤처기업 등에 분산 투자해야 하는 공모펀드다. 기존 혁신·벤처 투자가 고액 자산가와 기관 중심의 사모펀드로 제한됐던 것과 달리, 일반 투자자도 간접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4월까지 관련 시스템 정비를 완료하고, BDC 출시를 준비하는 자산운용사는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및 거래소 상장 심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반 투자자는 상장 전 판매하는 BDC의 경우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의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BDC는 주식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매매하면 된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뉴스1

◇ 주식·CB 등 중심 투자… 만기 5년 이상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비상장·혁신기업, 코넥스·코스닥 상장 중소기업, 벤처조합 등에 투자해야 한다. 특정 분야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코스닥 및 벤처조합 투자 비중은 최소 투자 비율 60% 산정 시 각각 30%까지만 반영되고, 코스닥은 시총 2000억원 이하 상장사만 투자 대상으로 제한된다.

투자 방식은 주식 또는 주식연계채권(CB·EB·BW) 매입을 중심으로 해야 하고, 금전 대여는 전체 투자 금액의 40% 이내로만 허용된다. 금전 대여에 대해서는 신용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도록 규정했다.

BDC 주요 자산의 투자 위험을 감안해 자산의 10% 이상을 국공채, 현금,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며, 나머지 30%는 기존 공모펀드 규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다만 비상장 자산 특성을 고려해 투자 대상 자산의 가격 변동, 분할·합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운용 규제 비율을 위반해도 기본 1년간 규제 적용을 유예한다. 일반 공모펀드가 기본 3개월 동안 유예되는 것과 비교해 긴 편이다.

투자심의위원회가 투자자의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최소 투자 비율 60%도 1년간 유예할 수 있다. 투자한 비상장주식의 가격 상승 등으로 비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경우에도 2년간 예외가 인정된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BDC 펀드의 만기를 5년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최소 모집가액을 300억원으로 정했다. 운용사는 책임 있는 운용을 위해 펀드 규모에 따라 일정 금액(600억원 이하는 5%, 600억원 초과는 해당 금액의 1%)을 시딩 투자해야 하며, 최소 5년 또는 펀드 만기의 절반 이상(최대 10년)을 보유해야 한다.

아울러 벤처기업 등의 가치평가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BDC에 대해 분기별로 펀드 재산의 공정가액을 평가하고, 외부 평가를 반기별로 실시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 코스닥 시장에 BDC 증권 상장하고 공시해야

BDC는 설정·설립일 90일 이내 BDC 증권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코스닥 시장에 펀드가 상장되는 것은 20여 년 만이다.

거래소 규정 등을 통해 코스닥 시장 내 BDC 증권 관련 상장 절차와, 관리종목·상장폐지 등 상장 관리 제도도 마련됐다.

금전 대여를 포함해 BDC 자산의 5%를 초과하는 자산의 취득·처분·변동, BDC 자산의 5%를 초과해 투자한 주 투자기업의 주요 경영 사항이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불성실 공시에 대한 제재도 있다.

거래소는 BDC 투자를 받는 비상장 기업이 향후 기업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받을 때 인센티브 차원에서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BDC 투자를 받은 비상장 기업이 직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실현된 수익을 BDC가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선순환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을 준비 중인 기존 종합 운용사 42곳은 시행일 즉시 인가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벤처캐피털(VC),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에 대해서는 인가 요건 등 특례가 적용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BDC 도입 방안은 그간 국회 등에서 제기한 우려 사항을 감안해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와 일반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 간 조화를 이루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BDC 제도의 안착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추가 제도 개선 사항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