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끝없이 치솟던 코스피 지수도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는 피해 가지 못했다. 주말 사이 벌어진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 여파로 코스피 지수는 7% 넘게 하락하며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불과 4거래일 전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밟았던 코스피는 단 하루 만에 400포인트 넘게 증발하며 5700선으로 주저앉았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4%(452.22포인트) 하락한 5791.9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4.62%(55.08포인트) 내린 1137.70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6% 내린 6165.15로 개장하며 위태롭게 출발했다. 장 초반 6100선을 사수하려 안간힘을 썼으나, 외국인의 무차별적인 투매에 지지선은 맥없이 무너졌다. 급기야 오후 들어 낙폭이 5%를 넘어서자 한 달 만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일시 정지)가 발동됐다.
수급 창구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5조1000억원어치를 시장에 던지며 지수를 초토화했다. 기관마저 8921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 압력을 키웠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5조8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수로 육탄 방어에 나섰지만, 외인의 엑소더스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말 사이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 간 치열한 수급 공방전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저가매수에 나서던 기관도 순매도로 전환했고,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코스피 지수의 낙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코스피 지수를 이끌어온 대장주들도 급락했다. 이날 '20만전자'와 '100만닉스'도 붕괴됐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9%, 11% 급락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11% 넘게 하락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자동차, 금융주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방산주와 해운주, 정유주는 강세를 보였다. LIG넥스원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등도 강세를 보였다. 대한해운, S-Oil, 팬오션 등 해운주와 정유주도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주요 아시아 증시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현재 전 거래일 대비 1.46%(60.88포인트) 하락한 4121.71을 기록 중이고,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6%(1778.19포인트) 내린 5만6279.05로 장을 마쳤다. 홍콩 항셍 지수도 1.07%(278.47포인트) 하락한 2만5781.38에서 거래되고 있다.
휴장 기간 응축됐던 '중동 리스크'가 개장과 동시에 폭발했다. 전날 삼일절 대체공휴일로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사이,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진 영향이 컸다. 글로벌 시장의 충격을 실시간으로 소화하지 못한 채 하루를 쉬어간 국장은 이날 개장과 동시에 이틀 치 악재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급격한 '매물 폭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 연구원은 "한국 외의 아시아 국가 증시는 전일 한 차례 변동성 겪은 이후 상대적으로 잠잠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중동 지역 원유 수입 규모가 크지만 양회를 앞두고 정책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은 덜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증시 향방은 유가와 금리의 변동성, 사태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며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증시 영향을 결정짓는 두 가지 변수는 사태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라며 "현재 이란의 보복성 미사일, 드론 공격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의 국무부가 중동 분쟁지역 국민들에게 대피 경고를 내리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