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5000선을 돌파한 코스피가 단 18거래일 만에 6000포인트 고지까지 점령했다. 증권가는 이번 기록적인 강세장을 이끈 일등 공신으로 단연 '개인 투자자'를 꼽는다.
특히 외국인이 올해 들어 10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를 압박하고 있지만, 가계 유휴 자금과 연기금이 그 빈자리를 메우며 하방을 탄탄하게 지지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증시로 유인하는 강력한 '가두리 정책'을 펼치고 있어, 당분간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가 국내 주요 증권사 11곳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진행한 결과, 리서치 수장들은 개인 투자자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개미 자금이 현재의 폭발적인 상승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적으로 개인들의 머니무브 덕분"이라며 "특히 ETF를 통해 개인들의 자금이 엄청나게 유입되고 있어 이것이 증시 상승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매도하고 있지만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가 반도체 상승 추세를 지속하는 동력이 됐다"면서 "결국 외국인과 기관, 개인의 상호보완적인 수급 패턴이 코스피 상승 추세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10조4570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낸 외국인 수급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엑시트(탈출)'가 아닌 '차익실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라기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으로 분석된다"면서 "차익실현을 하긴 했지만 지금 신흥국 시장에서 밸류에이션 이점이 가장 돋보이는 시장은 한국 증시기 때문에 자금 유입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차익 실현이 마무리되면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또 추가 매수세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코스피 지수 레벨 자체가 이미 상승한 상태라 매도 폭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다만 시장 전반적으로 흘러갈 것이냐에 대한 부분은 글로벌하고 좀 연관된 부분이 좀 있어서 아직까지 그거에 대한 확산 여부는 좀 지켜봐야 될 거 같다"고 했다.
향후 외국인 투자자 국내 증시 복귀 전제 조건으로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차손 우려 해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국내 증시로 자금을 유인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자산 배분 허용 범위를 넘어서더라도 국내 주식을 기계적으로 팔아치우는 리밸런싱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이나 퇴직연금 등 장기 자금의 증시 유입은 코스피 지수의 장기 상승 추세의 주된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중단기 변동성은 감안해야겠지만 5년, 10년 등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증시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기로 한 만큼, 이에 따른 기대감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스피 급등으로 인한 비중 증가도 있어, 신규 투입 자금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 영향력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스피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 평가액이 급증해 이미 투자 비중 한도선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지환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이 당분간은 조정이 올 때 안전판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증시 상승을 이끄는 힘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형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 자금은 코스피 지수보다는 코스닥 지수에 더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 지수는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거의 대부분 채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연기금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코스닥에 조금 더 수혜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