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강한 상승 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코스닥벤처펀드가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가 나왔다. 펀드가 담은 주식 가격이 급등해 펀드 순자산이 늘어나자, 규정에 따라 담아야 하는 벤처기업 신주 비중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운용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신주 15% 포함)·벤처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이 요건을 충족해야 코스닥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웰컴자산운용은 지난 6일 '웰컴액티브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 펀드를 일시적으로 판매 종료(소프트클로징)했다. 이에 따라 펀드를 신규·추가 매수할 수 없게 됐다.

웰컴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설정 이후 2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해당 펀드가 돌연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코스닥벤처펀드의 최대 장점인 공모주 우선 배정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닥 지수가 급등하면서 해당 펀드가 담고 있는 비(非)벤처기업 투자 자산이 늘었고, 결과적으로 벤처기업 투자 비중이 줄어들면서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벤처기업은 기술성·성장성이 높아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기업으로, 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이면서 벤처투자기업, 연구개발기업, 기술평가보증기업 등에 해당해야 한다. 코스닥 상장사 중 39%가 벤처기업으로 분류된다.

웰컴자산운용 측은 "최근 순자산이 급격히 늘면서 벤처 신주 비율이 낮아진 것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며 "벤처 신주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한 뒤 판매를 재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해당 펀드의 순자산은 최근 크게 늘었다. 지난해 10월 70억원(전체 클래스 합계) 규모였던 펀드 순자산은 지난 6일 418억원 규모로 6배가량 급증했다. 설정액이 이 기간 약 35억원에서 144억원으로 4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운용 수익이 더 컸던 셈이다.

9일 기준으로 최근 1개월 수익률(클래스 A)은 12.2%, 3개월 47.8%, 6개월 70.1%로, 벤치마크(8.8%·14.0%·20.1%)를 모두 크게 웃돈다.

문제는 해당 펀드의 수익률을 높인 자산 대부분이 벤처기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펀드 내 주식 비중은 전체의 97.4%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주요 자산을 보면 코스닥벤처펀드 요건이 아닌 ISC(3.7%),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2.9%), TIGER 200IT레버리지(2.8%), SK하이닉스(2.8%) 등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보유 종목들의 비중이 주가 급등으로 크게 높아지면서 벤처 주식 비중이 희석됐다. 단기적으로 보유 종목 주가와 펀드 수익률이 오르고, 순자산이 늘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펀드가 본래 전략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것이다.

웰컴자산운용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올해 1월까지 수탁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벤처 비율 15% 요건이 갑자기 타이트해졌다"며 "불가피하게 일단 판매를 중단했고, (판매) 재개까지 몇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운영하는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등에 필요한 모험자본 조달 수요도 늘어난 상황이라, 향후 증시 급등 시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갑자기 펀드 사이즈가 커지면 운용역 입장에서 운용 부담이 커지고, 목표 수익률을 채우기 위해 받아야 할 공모주 배정 물량이 많이 필요해져 전략 수행이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