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전문기업 로보티즈(108490)가 10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성과보상용으로 교부한다. 전체 발행주식 대비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1월 들어서만 두 차례 이어진 자사주 처분 과정에서 주주환원의 핵심인 '소각'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시행 전,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서둘러 털어내려는 '규제 회피성'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주주 가치 제고라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한 채, 규제 공백기를 틈타 임직원 잭팟과 현금 확보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로봇 'AI 워커'가 조작자의 손을 따라 로봇 손을 움직이고 있다. /뉴스1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로보티즈는 지난 23일 장 마감 후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공시했다. 이번 처분은 임직원 성과보상을 목적으로 하며, 대상은 로보티즈와 자회사 로보티즈AI 임직원 30명이다. 산술적으로 임직원 1명당 약 3억500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받게 된다.

로보티즈는 지난 2018년 코스닥에 상장한 로봇전문기업으로 로봇 관절에 쓰이는 필수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LG전자가 2대 주주로 있어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24년까지만 해도 2만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지난해 국내 증시 상승장과 로봇 테마주 강세가 맞물리며 폭등했다. 지난해 초 대비 최근까지 주가는 960% 증가했다.

그러나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사이 회사는 주주환원보다 자사주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지난 5일에도 경영 재원 확보를 명목으로 자사주 17만4161주를 처분하는 등 1월에만 두 차례나 자사주 소각이 아닌 매각과 교부를 선택했다.

시장에서는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자,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처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로보티즈는 전체 발행주식의 0.4%에 불과한 미미한 물량임에도, 주주가치 제고로 직결되는 '소각' 대신 임직원 교부를 선택하며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자사주를 교부하게 되면 주주들에게 잠재적 오버행(대량 대기 물량) 부담만 안겨주게 된다

기업의 실제 가치에 비해 미래 가치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보티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29.4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6.26다. 로보티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흑자전환한 18억원으로 예상된다. 잇따른 자사주 처분이 '고점 매도' 논란으로 번지는 이유다.

종목토론방에서는 "주가 관리는 하지 않고 주주 돈으로 임직원 잔치만 한다", "1월에만 자사주를 두 번 팔아먹냐" 등의 반응과 "저 정도 물량을 성과급 목적으로 처분하는 건 괜찮지 않느냐"는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