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5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3% 오른 5084.8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4000선을 처음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27일로, 불과 3개월 만에 5000선을 넘어선 것이다.

시가총액도 사상 최대치인 4204조원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이후 시가총액은 약 850조원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도 한국 증시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는 연간 76%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21% 넘게 오르며 G20 국가 가운데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 정부 정책 기대에 순환매 장세가 이끈 '오천피(5000피)'

거래소는 이번 랠리의 배경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꼽았다.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완화, 불공정 거래 근절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조가 이어지며 시장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내놓은 국내 투자·외환 안정 관련 세제 지원 방안 등이 환율 변동성 우려를 일부 완화시키면서 투자심리가 추가로 개선됐다.

업종별로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실적 호조에 힘입어 전기·전자 업종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 적용 확대 기대에 자동차·로봇 산업이 부각되며 운송장비·부품 업종도 상승 흐름을 탔다.

최근 지정학적 위기 고조 국면에서는 조선·방산·원전 등 기계·장비 관련주도 강세를 보이며 업종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 '90조' 대기자금, 실탄은 충분하다

자금 유입도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는 가운데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대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본격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위해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현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사상 처음으로 90조원을 넘어섰다. 자금 흐름이 부동산·예금에서 자본시장으로 점진적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 4000포인트 돌파 때와는 다르다…"실적이 지수 받쳐"

시장에서는 이번 5000선 돌파가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4000선 돌파 당시에는 경기 회복과 실적 개선 기대가 선반영된 측면이 컸다면, 이번에는 수출 확대와 기업 실적 개선이 실제 지표로 확인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단 설명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P 위로 마감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현황이 표시되어 있다. /뉴스1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7097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1% 급증하며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여기에 주주환원 확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 요인이 맞물리면서 이번 랠리가 단기 반등이 아니라 중장기 상승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글로벌 재평가 이뤄져"

글로벌 자본시장 내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도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이후 국내 증시 상승률은 111.9%에 달하며, 신정부 출범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수 상승과 함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 지표도 동반 개선되며 상대적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 코스피의 PBR은 1.95배로, 2024년 말(0.9배)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PER 역시 같은 기간 9.28배에서 16.73배로 뛰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AI 관련 투자 확대로 반도체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확산되면서 추가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은 경계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