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내년 신규 펀드레이징에 나선다. 지난 2023년 9월 등록한 8600억원 규모 메가펀드 소진율이 60%를 넘어서면서다. 특히 K뷰티와 바이오 등에서 일찌감치 회수 성과를 내며 이미 누적 1800억원을 분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VC 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에이티넘성장조합2023' 후속 펀드 결성 방침을 확정하고 내년 펀드레이징을 재개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자회사인 버텍스홀딩스 출신의 해외 펀드레이징 전담 인력도 영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티넘성장조합2023은 이른바 '원펀드 전략'을 펴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서는 물론 국내 VC 업계 최대 규모 펀드로 꼽힌다. 2023년 9월 7942억원 규모로 결성 후 8600억원으로 증액했다. 종전 최대였던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0′(5500억원) 대비 56% 키웠다.
발 빠른 투자가 내년 차기 펀드 결성 펀드레이징 돌입 결정으로 이어졌다. 결성 1년 만에 30여 기업에 투자, 23% 넘는 자금을 소진한 데 이어 올해 12월 현재 60%를 소진했다. 결성 이후 총 3차례 캐피털콜을 진행, 5160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시장에선 미소진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벤처투자 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펀드 조성 계획을 수립해 메가펀드를 결성했지만, 곧장 고금리·경기 침체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돼서다. 투자 집행 부진 우려가 회수 지연으로, 또 VC로의 출자 위축 우려로 번졌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부문별 대표 체제가 투자 집행 속도의 동력이 됐다. 회사는 펀드 결성과 동시에 딥테크(맹두진 사장), 서비스·플랫폼(김제욱 부사장), 바이오(곽상훈 부사장), 게임·콘텐츠(박상호 전무) 등 4개 부문을 구축해 부문별 투자 집행 구조를 확립했다.
미소진 우려는 기대로 변하는 모양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해외 벤처기업 발굴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며 투자에 속도를 내서다. 8년 만기로 통상 결성 후 4년간 투자를, 4년간 회수를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소진 속도는 빠른 편이다.
일부 투자처에선 투자금 회수도 마쳤다. 펀드 결성 첫해 약 50억원을 투자한 K뷰티 브랜드 '스킨1004' 운영사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구다이글로벌이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을 인수하면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투자 원금을 4배로 회수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약효지속성 의약품 개발 바이오텍 지투지바이오 투자로 이른바 회수 대박을 치기도 했다. 지난 8월 코스닥시장 상장 후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한 달 만에 시가총액 1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상장 시총은 31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국민연금공단·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출자자에게 이미 1800억원을 분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결성 약 2년 3개월 만에 약정 총액의 약 20.93%를 분배한 것으로, 캐피털콜로 받은 실제 출자금 대비 분배율은 약 34%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1조원 이상 규모 펀드를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11년 원펀드 전략을 구축한 후 펀드레이징마다 최대 기록을 경신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3500억원, 2020년 5500억원, 2023년 8600억원으로 커졌다.
출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유동성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며, 내부 수익률(IRR)보다 실제 현금 회수 성과를 나타내는 '납입금 대비 분배율'(DPI)을 핵심 지표로 삼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펀드 결성 2년 3개월 만에 DPI 0.35를 기록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측은 "철저한 포트폴리오 구성과 엑시트 타이밍 관리를 통해 단순히 빠른 회수가 아닌, 최적의 가치 실현 시점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출자자들과 포트폴리오 기업 모두에게 신뢰받는 장기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