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투자계좌(IMA) 시대를 앞두고 증권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요건을 갖춘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006800)만 원금보장이 되면서 은행 예금보다 높은 IMA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 초대형사에 시중 자금이 몰리면 나머지 증권사와 규모·수익률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MA는 물론 발행어음 사업도 할 수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기업금융(IB)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투자(PI) 시 고객 자산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증권사와 고액 자산가(PB 고객)가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상장사 메자닌(CB·BW·RCPS)이나 유망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별도의 자금 조달 없이 자기자본을 확대하는 효과를 내고, 고객은 고수익 투자 기회를 얻게 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메자닌이나 비상장사 투자(PI)에 나설 때 WM센터 등 리테일 창구에서 모은 고객 자금을 함께 넣는 방식을 늘리고 있다. 한 중형 증권사 대표는 "회사와 우리 고객이 하나의 '펀드'를 결성하는 형태"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 실탄인 자본 규모를 키울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얻는 윈윈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증권사의 활동 범위가 넓다. 이들은 벤처·기술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리테일을 통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대상은 극소수 상위 1% 고액자산가에 한정된다. 무엇보다 리테일 창구에서 자금을 모집할 때 설명 의무 등 절차가 사모펀드만큼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정식 금융상품으로 출시하려면 내부 심의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하는 데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로 구성하기도 쉽지 않다. 공모펀드는 투자자가 원할 때 바로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메자닌은 주가가 오를 때를 기다려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한 증권사 담당 임원은 "보통 WM센터 PB(프라이빗뱅커)가 고객과 공동 투자를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에 투자 경험이 있는 고액 자산가가 주로 참여한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이런 방식의 자금 모집이 이뤄지기도 한다. 대형증권사가 운영하는 전통적인 패밀리오피스는 고액자산 가문의 자산 관리, 가업 성장, 자산 승계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그런데 최근 패밀리오피스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의 전략은 "IB가 발굴한 고수익 투자 상품에 고객을 함께 태우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또 다른 중소형사 관계자는 "오랜 경험이 쌓인 IB 부서에서 수익률이 좋은 투자 기회를 리테일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며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액 자산가를 유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당장 IMA나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없는 증권사에 틈새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증자나 M&A 대신 고객 돈을 끌어와 함께 투자하면 자기자본 한도를 사실상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증권사는 대부분 회사 자금을 후순위, 고객 자금을 선순위로 배정하지만, 메자닌·비상장 투자는 일반 상품보다 손실 위험도가 훨씬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투자에 고객 자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경우는 말 그대로 자구책"이라며 "원금이 보장되는 IMA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