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붐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3분기 '어닝쇼크(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발표)'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3분기 두산에너빌리티의 영업이익이 28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 발표된 수치는 1370억 원으로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본업인 에너지 부문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쳤고, 자회사 두산밥캣 실적도 부진했다. 여기에 주가 급등이 뜻밖의 복병이 됐다. 임직원 장기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주식 보상 비용이 주가 상승분만큼 대폭 늘어나면서 일회성 비용으로 약 250억 원이 추가 반영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뿐 아니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한화 등 주요 기업들도 최근 임직원 성과 보상에 주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보상 효과는 커지지만, 동시에 재무제표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 부양과 직원 보상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결국 본업의 경쟁력을 키워 성과 보상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영업 성과를 낼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3조88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 가까이 증가한 1371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증권사 전망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어닝 쇼크'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업이익 규모가 전문가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우선 연결 자회사인 두산밥캣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두산퓨얼셀 영업 적자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장기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하는 일회성 비용 부담도 커졌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업 외 변수로 인한 비용이 증가해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를 하회했다"며 "임원들에 지급하는 장기성과급(RSU)을 위한 비용 200억~300억원이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비용 규모가 커진 이유는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올해 초 1만8000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지난 10월 10만원 부근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다소 조정을 겪었지만, 여전히 연초보다 높은 7만~8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원전붐이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연 초까지만 해도 30위권 밖에 있던 두산에너빌리티 시가총액 순위는 최근 5~7위로 껑충 뛰었다. 이례적인 주가 상승세가 영업이익에 부담을 줄 정도였던 셈이다.
다만 원전 수주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하회한 것은 일회성 비용 때문"이라며 "4분기 이후 원전 수주가 본격화되면서 주가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