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완화 소식이 전해진 10일,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SK·효성·코오롱·한화·GS 등 지주사와 은행·증권·보험 등 전통적 고배당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세금 부담 완화 기대가 주가 프리미엄으로 이어지며 장중 10% 가까이 오른 종목도 속출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세를 보이자, 이날 코스피는 3% 급등한 4073.24로 마감하며 '사천피'를 회복했다.
투자자 관심은 '내년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 이후, 주식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까'에 쏠렸다. 지금은 배당소득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내년부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배당소득만 따로 분리해 과세된다.
세 부담이 줄어들면 개인 투자자들은 배당주를 노후 자산의 핵심으로 삼으며 주식을 더 오래, 더 많이 보유하려는 '축적 수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역시 배당 확대를 검토할 유인이 커진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면, 배당은 고율의 세금이 징벌적으로 부과되는 '불로소득'에서 안정적 수익 창출의 '자산 형성 수단'으로 위상이 달라지게 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자산시장 구조를 뒤흔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는 대주주 선택에 달렸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이었다. 특히 1주택 보유자는 매매 시 양도가액 12억원까지 세금이 면제되고, 임대 소득도 연 2000만원까지 비과세되는 등 주식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배당소득이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분리과세되면, 부동산 일변도였던 재테크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세금 절감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부각되면서 배당 투자의 매력이 커지고, 그 결과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여유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주주 입장에선 배당을 확대할 충분한 유인이 생겨야만, 소액 주주에게도 '낙수 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코스피 배당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10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총 배당금은 50조원이었다. 이 중 삼성그룹의 배당 총액이 13조7000억원으로 약 27%를 차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4년 배당금으로 총 3530억원을 수령했다. 종합소득세(49.5%)로 1587억원을 납부해 실제 손에 쥔 금액은 1943억원으로 추정된다.
✅소액주주 낙수 효과 누릴까
정부의 세제 개편은 이 회장에게 어느 정도의 세금 절감 유인을 제공할까. 현재 이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스디에스, 삼성화재 등 5곳이다.
한화투자증권이 이들 5개 기업이 분리과세 적용 조건(배당성향 25%, 3년 평균 배당액 증가율 5% 이상)을 충족하고, 이 회장 지분율이 2024년과 동일하다고 가정해 계산한 결과, 2027년 수령할 예상 배당금 총액은 4014억원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처음 제시했던 분리과세 최고세율 38.5%(지방세 포함)를 적용하면 세금은 1545억원, 세후 배당금 수령액은 2469억원이다. 실제 손에 쥐는 배당금이 526억원 늘어난다. 만약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27.5%로 더 낮아지면, 이 회장 실수령액은 2910억원으로 지금보다 1000억원 가량 늘어난다. 과연 이 회장은 정부의 세제 개편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까.
배당소득 25% 분리과세는 세제 개편을 넘어 한국 자산 시장 구조에 장기적 변화를 가져올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