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신한투자증권이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 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면했다. 발행어음 인가의 결격 사유인 영업정지 처분을 피하게 되면서 신한투자증권의 추후 심사가 순항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3일 열린 회의에서 신한투자증권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영업 정지' 조치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규제 완화 차원에서 도입한 '사후적 경합' 제도를 적용해, 과거 제재로 이미 불완전판매에 대해 제재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덕이다.
문제가 된 불완전판매는 금감원이 2021년과 2022~2023년 실시한 수시 검사에서 적발된 건이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은 독일 헤리티지펀드, 라임펀드 등을 판매한 이후 환매 중단 사태로 홍역을 겪었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이 이 펀드들을 판매하면서 발생한 불완전 판매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이 펀드 판매 과정에서 중요 사항을 왜곡하거나 설명을 생략한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상품 구조가 복잡한 헤리티지펀드의 투자 수익 산정과 레버리지 활용에 따른 투자 위험 등을 설명하지 않은 점을 심각하게 판단했다. 조사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당시 펀드의 최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처럼 설명을 왜곡해 불완전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펀드 판매 규모는 총 469건, 3134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1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발생한 불완전 판매가 함께 적발됐다.
펀드 판매 규모를 고려하면 신한투자증권은 6개월 일부 영업 정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제재는 상품 판매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판매 규모가 크지 않으면 기관 주의·경고 등 경징계가 내려지지만, 판매 금액이 500억원 또는 2500건 이상인 경우 업무정지 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특히 판매 금액이 3000억원 이상이거나 1만5000건 이상이면 업무정지 기간은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난다.
그런데 금융 당국은 제재를 생략하고 일부 직원에 대한 감봉을 결정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가 '영업 정지 조치 생략'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후적 경합 규정'에 따라 앞서 비슷한 사유로 이에 준하는 제재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후적 경합은 앞서 제재를 받은 기관에서 추가로 위법 행위를 적발한 경우 기존 제재를 감안해 제재 수준을 감경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올해 초 규정 개정을 개정하면서 임직원에 대해서만 적용되던 사후적 경합의 범위를 기관 제재까지 확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1년 라임펀드와 헤리티지펀드 판매와 관련해 부당 권유 금지 위반으로 6개월 일부 영업정지를 받았다. 금융 당국은 이를 이번 불완전판매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징계를 피하게 된 신한투자증권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위한 심사를 받고 있는데, 이번 제재에서 영업 정지를 받았다면 심사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컸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 기준에서 '일부 영업정지'는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이 이번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면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사후적 경합 제도 개선의 가장 큰 수혜자가 신한투자증권"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 하나증권에 이어 신한투자증권에 대해 외부평가위원회를 꾸리고 심사에 나섰다. 키움·하나증권은 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