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동성제약(002210)의 계속기업·청산 가치를 평가하는 조사위원이 회사에 자금난이 발생한 것은 오너 2세 경영자이자 최대주주였던 이양구 전 회장이 본인과 관련된 특정업체를 과도하게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이 전 회장의 잔여 지분을 무상소각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21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동성제약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생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인 우리회계법인은 이런 내용의 평가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20년 동안 동성제약을 이끌어온 이 전 회장은 지난해 조카인 나원균 전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긴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돌연 본인의 지분을 마케팅 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겼고 회사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현재 이 전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은 25만주(0.9%) 정도다.
조사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자신이 대표 이사로 등기된 오마샤리프화장품·루맥스 등 관계사에 상당한 자금을 지원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은 동성제약 화장품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고, 루맥스는 자재 매입처이자 염모제 매출처다. 우리회계법인은 회사가 이들 관계사에 자금을 지원한 뒤 회수하지 못한 채권이 203억원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우리회계법인은 "이 전 회장은 2024년 4월 주식 매각 시점까지 대주주 지위에 있었고, 2024년 10월까지 대표이사로 본인과 관련된 업체와 거래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는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회사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반면 기존 주주에 대한 대규모 감자(減資)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법원이 선임한 김인수 공동관리인은 동성제약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상황(자산총계 1265억원·부채총계 936억원)에서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인가 전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대규모 감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회사는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있다.
김 관리인은 "실사 중인 인수 희망자는 펀드 같은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대기업"이라며 "기존 주주의 감자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혀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 주주에 대한 감자 여부와 비율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M&A에서 청산가치(856억원) 이상의 인수 대금이 들어올 경우 담보권자와 회생채권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변제를 받는다. 주주 지분도 크게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우리회계법인은 동성제약의 계속기업 가치를 809억원, 청산가치는 856억원으로 평가했다. 청산기업 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를 초과하지만, 회계인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생산과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과 비용 구조조정이 수반되면 즉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잠재력이 있는 회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