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 3대 지수와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하자 그동안 많이 오른 미국 증시가 조정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는 역사적으로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 주가 닷컴 버블 수준
9일 미 다우평균은 0.54%, S&P500은 0.61%, 나스닥은 0.62% 하락했다. 그동안의 높은 상승률에 비하면 하락률이 크지 않지만, 이렇게 일제히 내린 건 보기 드문 일이다. 특히 이날 중국이 반독점법 위반 수사를 시작한 엔비디아 주가가 2.55% 내렸다. AMD와 팔란티어도 각각 5%대 하락했다.
올 들어 다우평균은 17.81%, S&P500은 26.90%, 나스닥은 31.51%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P500이 이 수준을 유지하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으로 연간 20%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다"고 전했다.
이에 주가가 실적 대비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올해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2배로 지난 30년 평균인 16.8배를 훨씬 웃돌고 있다.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최고치인 25.0배에 근접해 있다.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가가 실적보다 과대 평가돼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주가 과대 평가 지표인 버핏 지수는 209%로 사상 최고다. 버핏 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 주식과 암호 화폐 시장이 거품을 형성하고 있으며, 두 시장 모두 과대 평가돼 보이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AI 빅테크는 고평가 정당화
하지만 AI를 기반으로 한 빅테크 기업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UBS는 "미국 주식시장에서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한 가치로 계속 오를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이러한 주식 가치 상승은 정당하며 내년에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UBS는 S&P500에서 기술 업종의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UBS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등장하던 약 30년 전에는 빅테크 기업이 S&P500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에 달하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의 매출 증가율과 마진율은 11%와 24%로 비기술 기업의 매출 증가율 6%와 마진율 13%를 이미 넘어섰다"고 했다.
블랙록도 "지금은 전형적인 경제 사이클에 있지 않다"며 "AI 부상 등 거대한 힘이 경제를 변화시키고 장기 궤적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I 테마 확대에 따라 위험 자산 선호와 미국 주식에 대한 '비율 확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