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연임 여부가 실적보단 상장지수펀드(ETF) 성과에 따라 정해지는 모습이다. 호실적에도 ETF 점유율이 떨어졌던 한화·삼성자산운용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남은 운용사 CEO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왼쪽)와 김우석 차기 대표 내정자이자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부사장). /조선DB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김우석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12월부터 3년간 회사를 이끌어 왔던 서봉균 대표이사는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서 대표는 취임 당시 삼성운용 CEO 자리에 삼성생명 출신을 앉히던 관행을 깨고 임명된 외부 출신이라 더욱 기대를 받았다. 실적도 꾸준히 성장했다. 삼성운용의 영업이익은 2022년 984억원, 2023년 1046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론 772억원으로,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늘거나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문제는 ETF였다. 서 대표 재임 초기인 2022년 1월 초만 해도 삼성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2.21%였다. 하지만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위를 유지해 왔던 삼성운용의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 4월 말 결국 40%대가 무너졌고, 지난달 말 38.10%까지 하락했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격차도 3.36%포인트에서 1.63%포인트로 좁혀지면서 순위 역전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권희백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임기를 반년 정도 남겨놓고 올해 9월 조기 퇴진한 이유도 비슷하다. 권 전 대표 취임 이후 한화운용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ETF 시장 점유율 5위였던 한화운용은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에 자리를 내줘 7위까지 내려온 상태다. 지난 7월엔 ETF 이름까지 바꾸는 등 새출발 의지를 보였지만 ETF 시장 점유율은 권 전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3월 말 2.28%에서 지난달 말 1.97%까지 떨어졌다.

권희백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왼쪽)와 임동순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조선DB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기 만료를 앞둔 다른 자산운용사 CEO 역시 ETF 성과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임동순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는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출신으로 취임 당시 자산운용업에 대한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꼽혔다. 대신 내실 경영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NH아문디는 임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부터 실적이 악화했고, ETF 시장 점유율도 1년 만에 1.62%에서 1.08%로 큰 폭 후퇴했다.

이와 달리 ETF 성적표가 좋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분위기가 밝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2021년 말 4.6%이던 점유율을 지난달 말 7.29%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 1월 취임한 배 대표는 두 차례 연임을 거쳤는데, 올해 말 세 번째 연임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위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최창훈·이준용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운용사는 선제적으로 미국 주식형 ETF 출시에 주력했고, 국내 주식형과 비교해 우수한 수익률을 보이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일례로 미국 S&P500지수를 추종하는 한투운용의 'ACE 미국 S&P500'은 순자산액이 약 1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ETF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많이 팔리던 시절은 끝났다"면서 "대표를 비롯해 ETF 사업 부문장, 본부장 등 인재를 데려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TF 사업 개편도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