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9일 2%대 하락하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2%대 넘게 빠졌다가 오후 들어 하락 폭을 겨우 만회했다. 이 같은 국내 대형 반도체주들의 부진에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재확산, 엔비디아발(發) 글로벌 반도체 고점론, 실적 악화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형 반도체주 부진으로 코스피도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이날 2530선에 머물렀다.

그래픽=이진영

◇삼성전자, 계속된 주가 하락

9일 삼성전자는 2.03% 하락한 6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부터 5거래일째 연속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5일 6만원대에 진입한 후 여전히 ‘6만 전자(주가 6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0.38% 오른 1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16만닉스(주가 16만원대)’에 복귀하지는 못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4일 8.02% 급락한 이후,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15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의 약세에 이날 코스피는 0.33% 하락한 2535.9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419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440억원, 4704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지난 6일 미국의 8월 고용 지표가 전망에 못 미치자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의 영향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조원 가까이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9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3조6700억원, 1조233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종목들의 최근 부진에는 엔비디아 등 미국 대형 기술주 급락세의 영향이 컸다. 올해 AI(인공지능) 붐을 주도했던 엔비디아는 ‘AI 거품론’,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영향으로 지난 한 주에만 14%쯤 하락했다. 이는 2022년 9월(-16.1%)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 폭이다. 이외에도 지난 6일 브로드컴(-10.36%), AMD(-3.65%) 등 미국의 반도체주 가격이 줄줄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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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목표 주가 줄줄이 하향

국내 반도체 업종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자, 증권가도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KB증권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가장 크게 낮췄다. 현대차증권은 11만원에서 10만4000원으로, DB금융투자는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9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3% 감소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13조7000억원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PC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D램 수요 부진 외에도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쟁 심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완제품의 원가율 상승도 삼성전자의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가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도 반도체 수급이 우호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엔비디아가 올해 4분기(10~12월)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신제품 ‘블랙웰’이 투자 반전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깔려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제품은 최근 대만 TSMC와의 협업 강화를 통해 연내에 공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연내에 이 제품이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기업들로부터 승인을 받는다면 수요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반도체 업종의 V자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