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미국에서 9월 첫 거래일이었던 3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은 600포인트 넘게 빠졌고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2~3%씩 하락했다.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한국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 50개 종목 보관금액에 이날 종목별 주가 하락률을 단순 계산하면 32억8180만달러(약 4조4000억원)가 증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보유한 투자자의 손실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주가는 밤사이 9.53%(11.37달러) 하락해 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789억달러(약370조원) 줄었다. 미국 기업 역사상 하루 시가총액 감소액이 가장 컸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중 엔비디아는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엔비디아 보관금액 규모는 지난 2일 기준 120억달러(약 16조원)가 넘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 하락률(9.53%)을 적용하면 11억46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낙폭(-1.64%)이 크지 않았다. 다만 보관금액이 126억달러(약 17조원)를 웃돌았던 만큼 2억700만달러(약 2800억원) 손실이 났을 수 있다. 애플도 보관금액과 하락률(2.72%)을 단순 계산하면 1억3660만달러(약 1800억원) 규모의 손실 가능성이 있다.

레버리지 투자자는 더 타격이 컸다. 미국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OXL’은 밤사이 22.48% 내렸다. 보관금액 대비 손실 규모도 6억430만달러(약 81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100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 ‘TQQQ’도 9.12% 하락해 2억8490만달러(약 3800억원) 손실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ETF ‘NVDL’ 역시 18.98% 내리며 1억5400만달러(약 2070억원)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내비친 뒤로 서학개미의 기대감도 커졌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규모는 1억1740만달러(약 16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제조업 지표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서 다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비롯해 실업률 지표 등이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ISM 조사 결과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이 커 제조업체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짧게는 TV토론이 예정된 오는 10일까지, 길게 보면 선거 당일(11월 5일)까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리 인하 과정에서 ‘경착륙(hard landing)’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여전히 중론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경기 우려를 자극하는 지표가 나오겠지만, 경착륙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엔비디아 주도력이 약해진 것은 맞지만, 미국 주가지수가 내림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작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