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칸예와 비앙카.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25분 고양종합운동장. 모두의 예상을 깨고 150분 동안 77곡을 함께한 카니예 웨스트(이하 칸예)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아내 비앙카 센소리부터 껴안았습니다. 그 후 칸예가 스태프, 동료들과 포옹하는 동안 비앙카는 줄곧 울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칸예는 한 번 더 그녀를 껴안았습니다. 지금까지 본 두 사람의 모습 중 가장 다정해보였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눈물짓게 만들었을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열 여덟번째 이야기는 ‘칸예 한국 공연의 가치’입니다.

칸예와 타이 달라 사인의 공연.

이날 공연의 이름은 ‘예 X 타이 달라 사인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 말 그대로 칸예가 후배 가수 타이 달라 사인과 함께 최근 발매한 앨범 ‘벌처스’를 함께 듣는 행사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지만,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사진 찍는 것이 싫다며 가면을 쓰고 공연하기에, 사실 칸예인지, 다른 누군가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10여분이 지난 9시 22분. 저는 그가 칸예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의 부인인 비앙카가 편의점 의자를 들고 무대 근처에 앉았거든요.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무대 가까이 앉을 줄은 몰랐습니다. 칸예의 스태프들은 1층 대기실 가까이 지붕 있는 곳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칸예의 무대는 흙더미를 쌓아 올린 언덕과 같았습니다. 비앙카의 자리는 다른 자리보다 잘 보이지만 덥고 습하며 흙먼지가 날리는 곳이었습니다.

공연 중 사진 찍는 비앙카.

그럼에도 비앙카는 두 시간이 넘게 편의점 의자에 앉아 공연을 봤습니다. 공연 중간 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고, 응원의 함성도 질렀습니다. 전처 킴 카다시안의 딸들도 무대에서 뛰어놀다 비앙카의 무릎에 앉아 쉬기도 했고, 어디론가 가고 싶다며 그녀의 손을 잡고 끌어 당기기도 했습니다. 누가 봐도 다정한 모녀사이였습니다.

비앙카는 1995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습니다. 명문인 멜버른대에서 건축학으로 학·석사를 받은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나이론스 쥬얼리’라는 쥬얼리 브랜드를 창업했고, 졸업 후에는 가구 브랜드 ‘켈렉티브’에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DP 토스카노 아키텍츠’에서 학생 건축가로 근무하다 2020년 11월 미국으로 건너가 칸예가 만든 브랜드 이지(YEEZY)에 건축 디자이너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칸예의 신임을 받으며 총괄 건축가로 승진했습니다. 칸예와 결혼한 건 그가 킴 카다시안과 이혼한 직후인 2022년 말입니다.

칸예 부인 비앙카.

양극성 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불안했던 칸예는 비앙카와 결혼한 후 많은 안정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 1월 비앙카의 생일날,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글을 남깁니다.

“너보다 먼저 일어나면 너무 외로워. 세상의 반이 나를 외면했을 때, 매일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들의 놀라운 새엄마가 돼 준 너에게 정말 고마워. 아름답고 영감을 주는 재능있는 아티스트, 건축학 석사, IQ 140인 너를 정말 사랑해.”

인천공항에 입국하는 비앙카와 아이들.

인천공항에 입국할 때 모습도 그는 다정한 엄마의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얌전한 옷을 입고 다 큰 아이를 안고 등장했지요. 고양 공연장에서도 그는 온몸을 가리는 조신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의 의상 변화에 해외 언론들도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직전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리스닝 파티에서도 가슴이 드러나는 의상이었거든요.

이날 새벽, 칸예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공연 관계자들은 마음을 졸였습니다. ‘칸예가 대만처럼 갑자기 공연을 취소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오예!”를 외쳤지요.

마이크는 들고 가면은 벗고 노래 부르는 칸예.

그러나 공연 시간이 다된 후, 불안감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한 시간 정도 늦는 것이 평소 그의 모습이라고는 하나, 무대에 안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관계자석에서는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대” 등의 말도 들렸습니다. 마이크를 안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그의 많은 팬들이 신곡부터 ‘떼창’으로 보여주자 그는 감동 받은 듯했습니다. 그의 최신 앨범인 ‘벌처스 2′는 빌보드 앨범 차트 2위, 싱글차트 40위권으로 크게 사랑받지 못한 곡입니다. 그러나 그 앨범의 모든 곡들도 팬들은 떼창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사랑에 보답하듯 1집부터 인기곡들을 라이브로 불렀지요.

공연 끝나고 눈물 흘리는 비앙카.

이날 모래 무대는 칸예가 요청한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더 낮게 쌓는 것이었지만, 직전에 비가 오는 바람에 바닥이 축축해 더 높게 쌓았다고 합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는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그의 무대에서 팬들의 표정이 그대로 보였거든요. 힘든 시간을 겪고 있던 그에게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사랑하는 이의 따스한 눈길은 큰 마음의 울림으로 다가온 듯합니다.

어쨌든 이날 고양 공연은 이들 부부에게 큰 터닝 포인트가 된 듯합니다. 당장 칸예는 오는 15일 중국 하이난에서 그 다음 공연을 하겠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고양 공연에서 받은 영감을 새 앨범에 담겠다고도 했지요.

칸예 공연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은 주최 측인 ‘채널 캔디’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힙합 가수 오프셋에 이어 칸예까지 대규모 공연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에도 대형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칸예부터 채널 캔디까지, 고양 공연으로 더욱 성장한 그들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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