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증권사들도 분주해졌다. 절세 혜택이 부각되면서 ISA 가입자가 늘자,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증권사 간 경쟁이 붙은 것이다.

특히 2021년 2월 중개형 ISA 출시 후 곧바로 계좌를 만들었던 가입자들은 의무가입기간인 3년이 끝나자, 기존 계좌를 해지하고 새 중개형 ISA로 옮겨타는 게 좋을지 혜택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 현금 지급 등 이벤트를 늘리며 투자자 눈길 끌기에 나섰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 ISA 투자금액은 총 14조80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8조4124억원)와 비교해 약 76%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은행 ISA 투자금액은 12조7809억원에서 13조7188억원으로 7.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권사 ISA가 전체 투자금액 규모에서 은행 ISA를 앞섰다.

ISA는 예금·적금·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한 계좌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계좌다. 이자와 배당소득, 국내 상장주식 손익을 합쳐 일반형 기준 200만원, 서민형 기준 400만원까지 비과세되는 혜택이 있다. 또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9.9% 저율의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절세형 계좌다. 특히 올해 들어 정부의 세제 혜택 확대 추진 계획이 발표되면서 가입이 크게 늘었다.

중개형 ISA는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예·적금 중심으로 운영되는 은행의 신탁형, 일임형 ISA와 달리, 중개형 ISA는 채권과 국내 상장주식 및 펀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해외 개별 주식에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해외 주식을 담은 해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는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2021년 2월 처음 도입된 중개형 ISA에 일찍 가입한 투자자들은 의무가입기간인 3년이 속속 지나기 시작하자 해지 후 새로 가입하는 일명 ‘ISA 풍차 돌리기’에 나섰다. 의무가입기간인 3년간 비과세 한도만큼 투자 이익을 이미 얻었다면 기존 계좌를 해지하고 새 ISA 계좌에 가입해 비과세 한도를 처음부터 다시 적용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개형 ISA에 관심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이벤트를 늘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5개의 중개형 ISA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말까지 진행했던 경품 이벤트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서만 6개의 ISA 관련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해 수수료 혜택 이벤트를 두 차례 진행했던 것과 비교해 3배 늘어난 것이다.

이벤트 유형도 다양해졌다. 수수료 혜택 이벤트뿐만 아니라 10만원 순입금 시 투자지원금 1만원 지급, 순입금 구간별로 최대 20만원의 상품권을 제공하는 직접적인 현금 혜택도 늘었다.

신한투자증권에서 진행 중인 중개형 ISA 이벤트. /신한투자증권 홈페이지 캡처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중개형 ISA를 보유한 삼성증권도 상품권 제공, 수수료 혜택 등 올해 들어 3건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2건을 진행했다. 내달 9월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던 삼성자산운용 KODEX ETF 10종 순매수 이벤트는 투자자들의 참여 신청이 예상보다 더 몰려 조기 종료되기도 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중개형 ISA 잔액이 3조원을 돌파하고 계좌 수도 108만개를 넘어섰다. 중개형 가입자들이 급증하면서 삼성증권은 지난 9일부터 ISA 일임형 랩 서비스 4종(고위험 적립·고위험·중위험 적립·중위험 펀드랩)의 신규 가입 및 수관 업무를 중단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에서 일임형 신규 가입을 중단한 곳은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세 번째다. 중개형 ISA 관리에 더 공을 들이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평이 나온다.

NH투자증권도 수수료 혜택, 투자지원금, 상품권 제공 등의 이벤트를 올해 세 차례 진행했고, 기존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중개형 ISA에서도 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중소형사인 하나증권과 대신증권은 올해 처음으로 ISA 관련 이벤트를 열었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현금 혜택 규모를 크게 늘렸다. 키움증권은 오는 10월 15일까지 계좌 개설 시 최대 100만원(9명), 500만원 이상 순증 시 최대 100만원(9명) 현금 제공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달 30일까지 타사 중개형 ISA 계좌에서 갈아타는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최대 200만원의 백화점 상품권 등을 지급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개형 ISA 계좌는 1인당 1개만 개설할 수 있어 고객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에 증권사들도 관련 혜택을 늘려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거래 증권사로 ISA 개설이 이어지며 결국 대형 증권사에 수요가 몰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ISA 이벤트로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미 확보한 고객이 많은 대형 증권사에 비해선 이벤트 규모나 혜택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