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피는 6% 넘게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5% 넘게 하락하는 등 코스피와 코스닥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등하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달리 코스닥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스닥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대장주(株) 이차전지 종목들의 부진이 지속된 데다, 연초부터 주가 급등이 이어진 AI(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주식들은 코스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코스닥 침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코스닥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우려로 국내보다 해외 주식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향후 ‘금투세 불확실성 해소’가 코스닥 분위기 반전에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엇갈린 코스피와 코스닥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는 6.5%쯤 올랐지만, 코스닥은 5.6%쯤 하락했다. 코스닥은 지난 3월 26일 916.09로 올해 최고치를 찍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830 내외에 갇힌 상태다. 코스닥 거래 대금도 점차 줄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월별 일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 2, 3월에는 11조원이 넘었지만, 지난달에는 8조79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반면 코스피는 지난 2월 이후 11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해오다 지난달에는 13조원까지 늘었다. 코스닥의 부진에는 코스닥 시가총액 1,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차전지주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17조9100억원)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연초 이후 36% 가까이 빠졌다. 시가총액 3위(12조9300억원)인 에코프로 역시 연초 이후 24%쯤 빠졌다.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이차전지주들에는 악재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 강세는 무엇보다 IRA의 영향이 크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IRA가 후퇴하고 한국 배터리의 투자 위축과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등 AI 반도체 관련주나 금융·자동차 등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 종목들이 코스피에 몰려 있는 점도 코스닥이 최근 AI 반도체 장세나 밸류업 장세에서 소외되는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

◇코스닥 반등 요인 적어... 당분간 부진 예상

전문가들은 한동안 코스닥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은 이차전지, 바이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들로 이뤄지는데 이차전지는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수익이 좋지 않고 반도체와 소부장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이슈가 있어 상승세가 쉽지 않다”며 “바이오 섹터 역시 이익으로 주가가 증명되는 회사가 많지 않아 반등 이슈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도 코스닥 부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 상품 등에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세율은 20~25%다. 자국에 세금을 내는 외국인,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관 투자자는 이중 과세 방지에 따라 금투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대형주를 매도해 코스닥이나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투세 시행을 우려해서 해외 주식으로 몰려가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금투세 백지화 입장인 만큼 야당인 민주당의 금투세에 대한 당론이 확정되는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어느 정도 코스닥의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에 대한 순환매(호재가 발생한 종목과 연관성이 있는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가 지속될 환경이 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의 경우 코스피는 연초 이후 5.1%가량 상향된 반면 코스닥은 20.6%의 하향 조정을 기록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