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옛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그룹 소속 2개 계열사에 과징금 총 271억7300만원을 부과했다. 2021년 4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시행된 이래 최대 규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3일 제13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과징금 규모는 크레딧 스위스 AG(현 UBS AG)에 169억4390만원, 크레딧 스위스 싱가포르(CSSL)에 102억2910만원 등이다.

증선위에 따르면 크레딧 스위스 AG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소유하지 않은 20개사 주식 16만2365주(약 603억원)의 매도 주문을 냈다. CSSL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소유하지 않은 5개사 주식 40만1195주(약 353억원)의 매도 주문서를 제출했다.

금융위원회 전경. /뉴스1

증선위는 이들이 동일 금융그룹 소속 계열사나 다른 증권사에 대여 중이던 증권을 제3자에게 매도하면서 차입자에게 중도상환 요청(리콜)을 제때 하지 않아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령에 따르면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고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또 매도 주문 시점에 반환이 확정된 대여증권의 매도 등 결제를 이행하지 않을 우려가 없으면 그 매도를 공매도로 보지 않는다. 다만 이번 사례는 대여증권 리콜이 지체돼 차입자의 증권 반환 기한이 결제일(매매 후 2일 뒤)보다 늦어져 결제 불이행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무차입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증선위는 판단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계열사에 주식을 대여한 뒤, 대여 중인 주식을 모두 매도 주문한 날을 ‘T일’이라고 하면 주식 매매계약 결제일은 T+2일이 된다. 그런데 글로벌 IB가 계열사에 빌려준 주식을 T+1일에 리콜 요청하면 주식 반환은 T+3까지 이뤄지게 된다. 결제일이 지나 주식이 반환될 수 있는 만큼 빌려준 주식을 매도한 시점에 반환이 확정된 대여증권으로 볼 수 없는 셈이다.

증선위는 “같은 그룹 계열사라는 이유로 대여 주식 중도상환 절차 이행 등을 소홀히 하면 중복 매도 등으로 결제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증선위는 앞서 열린 제12차 회의에서 공매도 순 보유잔고 보고와 공시 의무를 위반한 국내외 금융투자업자 6개사와 개인투자자 1인에게 과태료 총 2억842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안다자산운용과 메릴린치 인터내셔널(Merrill Lynch International), 다이와 캐피탈 마켓 유럽(Daiwa Capital Markets Europe Limited), 아스트라자산운용, 에이원자산운용, 아울자산운용 등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무차입 공매도를 비롯한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에 엄정히 대응함으로써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