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회사채 투자에 재미를 붙였다. 회사채란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김씨는 신용 등급이 낮아 금리가 높고, 부도가 나더라도 골프장 등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이 있는 곳을 찾는다. 이런 회사채를 찾기 위해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도 한다. 김씨는 “회사가 망하더라도 먹을 것(남는 자산)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이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김씨같이 소위 ‘채권 개미’로 불리는 회사채 개인 투자자들이 늘면서 올 상반기(1~6월) 개인들의 회사채 순매수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개인들의 회사채 순매수액은 5조114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07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6배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회사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먼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중 연 6% 이상 ‘고금리’를 주는 채권을 많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 3% 수준인 은행 예·적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다. 개인들이 선호하는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부터 BB+정도다. 회사채 신용등급 AA- 이상을 ‘우량채’라고 하고, A+ 이하를 ‘비우량채’로 분류한다. 특히 BB+ 이하는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한다. BBB+~BB+등급은 비우량채라 금리가 높고,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기관 투자자들은 선호하지 않아서 개인 투자자에게도 매수 기회가 많다. 이런 개인 투자자 선호를 반영해서인지 올 상반기 BBB+~BB+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2조7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7000억원 늘었다.

신용등급이 높지만 기관 투자자가 매수를 꺼리는 회사채도 개인에게 인기다. 대표적인 곳이 A+등급이지만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이라는 특성상 기관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삼척블루파워’다. 이곳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열풍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외면해 2020년 이후 매번 미매각됐다. 하지만 지난달 주문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완판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A등급 채권 중에서도 금리가 높은 데다 안정성도 상당하다는 점이 입소문을 탔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도 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회사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미매각이 나와 평판이 훼손되더라도, 개인을 대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매달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월 지급식’을 적용하는 회사채가 늘어난 것도 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것이다. GS건설, HL디앤아이한라 등이 월 지급 방식을 채택했다. 통상 일반 기업 회사채는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채권 개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비우량 회사채 매수 열풍을 우려하고 있다. 비우량 회사채는 기업 환경 변화 등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망해서 골프장이나 공장 부지 등을 매각해 남는 자산을 채권자에게 나눠준다고 해도, 그 돈을 받기까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회사채는 국채와 달리 유통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만기 전에 제값을 받고 파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최근엔 유통·건설·석유화학 업종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 우려까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는 주식보다도 더 많은 공부와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지금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묻지 마’ 식의 비우량 회사채 투자는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또 “요즘 투자 경험이 풍부한 기관들은 건설 등 비우량 회사채 매수를 지양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비우량 회사채

비우량 회사채는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인 회사채 중에서 신용등급이 A+ 이하인 경우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가장 높은 AAA부터 AA+, AA, AA-, A+, A, A-, BBB+, BBB, BBB-, BB+, BB, BB- 등의 순으로 매긴다. 신용등급 AA- 이상을 ‘우량채’라고 하고, A+ 이하를 ‘비우량채’로 분류한다. BB+ 이하는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