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주식시장에 대통령 선거(대선) 기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최근 20년간 5차례 대선 직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모든 업종에서 약세를 보였다가, 선거가 끝난 뒤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재정 적자로 인해 대선 이후에도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1차 TV토론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 조사가 1차 TV토론 전까지만 해도 1~3%포인트 격차였으나, TV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뚜렷해졌다.

미국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 후보 교체까지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마땅한 후보가 없기는 하지만 후보 확정 전까지 잡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능성이 아직 크지 않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를 사퇴하면 오는 8월 민주당 전당 대회를 통해 새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하지 않아도 대의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재선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종 후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경우 민주당의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 증시에도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대선 기간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그동안 대선을 앞두고 S&P500지수는 약세를 보여 왔다. 한국투자증권이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대선이 열린 해 9월 S&P500지수는 전월보다 평균 2% 내렸다. 10월에는 하락 폭이 4.4%에 달했다. 대선이 끝난 뒤 S&P500지수는 에너지, 산업재 등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오르고 12월부터 모든 업종에서 강세로 전환했다.

다만 후보 간 지지율 역전과 같은 큰 변화가 나타나면 공화당 테마 업종과 민주당 테마 업종의 주가 흐름이 엇갈렸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우세하다는 전망이 이어지던 중 당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자, 공화당 테마 업종으로 꼽히는 에너지, 금융 등의 수익률이 상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0년 대선 때도 당시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 강세가 뚜렷해지면서 민주당 테마주(株)로 이야기되는 소비재와 신재생에너지 업종의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문제는 올해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재정 적자 문제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부 지출 확대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 모두 재정 적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채권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면 주식 시장에 악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對)중국 관세를 높이는 가운데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영증권은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근소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우세하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채권 금리가 급등할 수 있고 신흥국을 대상으로 무역규제가 심화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