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한국거래소 고민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큰 ‘대어’들이 해외 상장으로 눈길을 돌리면, 거래소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상장 수수료 자체는 거래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되지만, 시총이 큰 기업이 많이 상장해 있어야 거래소 주수입원인 거래 수수료가 늘어난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네이버웹툰의 모기업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나스닥 거래 첫날 공모가보다 9.5% 높은 23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4조원에 도달했다. 네이버웹툰은 고평가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했다. 28일에는 소폭(0.74%) 하락 마감하기는 했으나 한때 25.66달러까지 올랐다.

네이버웹툰의 성공을 바라보며 한국거래소 고민은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 들어와야 할 대어들이 자꾸 미국 나스닥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어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거래소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조2263억원으로 전년 대비 7.97% 늘었다. 이 가운데 시장 수수료 매출은 전년보다 10.3% 증가해 544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 수수료의 경우 0.4% 역성장한 189억원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마다 몇 개의 기업을 상장시켰는지는 거래소가 내세우는 주요한 성과 지표 중 하나”라며 “상징성 있고 규모가 큰 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을 고려하는 건 거래소의 고민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 이전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나스닥 행렬에 물꼬를 텄다.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도 나스닥 상장을 위해 올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도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두나무는 당장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앞으로 미국 상장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받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야놀자의 경우 목표 기업가치가 10조원이 넘는데 우리나라 증시라면 불가능한 목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쿠팡도 해외 시장이 몸값을 평가받는데 유리하다고 보고 나스닥에 간 상황이었다. 두 회사의 주요 주주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라는 점도 나스닥 상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감독 당국의 엄격한 상장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나스닥행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의 경우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암묵적인 압력을 행사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기업가치에 대해 기재하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긴다”며 “공시만 잘하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점이 매력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인이 국내에 있고, 국내 투자자 위주로 구성된 기업의 경우 나스닥 상장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IB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나스닥의 경우 상장 수수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상장 유지 비용도 적지 않다”며 “공모 시장 분위기는 한국도 나쁘지 않은 만큼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런 현실에 대해 “미국 시장이 국내 시장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