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 영향으로 올해 중간 배당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중간 배당을 실시하는 상장사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6월 30일을 배당기준일로 결정한 상장회사는 우선주 포함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57곳, 코스닥 시장 21곳 등 총 78곳이다. 시장에선 올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일종의 주주환원 정책인 중간 배당에 대한 기대가 컸다. LG전자(066570)는 창사 이래 최초로 1주당 500원의 반기 배당을 결정했고, 지난해 중간 배당을 하지 않았던 KT(030200)·동국홀딩스(001230) 등 14개 상장사도 올해 중간 배당을 하기로 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그러나 조선비즈가 통상적인 중간 배당 기준일인 6월 30일을 기준으로 파악해 보니, 중간 배당을 실시한 상장사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한 곳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6월 말 기준 중간배당(분기 배당 포함)을 실시한 기업 수는 79곳이었다. 거래소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래 최대였다.

그간 중간 배당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6월에 중간 배당을 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수는 2020년 46개에서 2021년 61개로 15곳 늘었고, 2022년 77개로 16곳 증가했다. 그러다가 지난해엔 2곳 늘며 증가세가 둔화하더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다만 올해는 7월에 중간 배당 기준일을 잡은 기업이 있다. 조선내화(462520)·시화홀딩스(9일)와 코리아에셋투자증권(190650)(3일) 등 3곳이다. 이들 상장사를 포함하면 81곳이지만, 어쨌든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증가 폭이란 평이다.

중간 배당은 보통 연초에 이뤄지는 결산 후 배당과 달리 사업연도 중간에 실시하는 배당이다. 1년 단위로 이뤄지는 배당을 중간에 한 번 더 하는 셈이라 그만큼 주주들에게 이익을 더 빨리, 많이 나눠준다는 의미로 대표적인 주주환원 강화 정책으로 통한다. 정부는 올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상장사에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장사의 배당 정책은 투자자가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글로벌 금융 정보 제공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한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보고서를 통해 “여러 측면에서 글로벌 표준에 뒤처진 한국 배당 관행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 중 올해 4월 기준으로 명확한 배당정책을 가진 기업 비중은 110곳(55%)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는 170곳(76%)이 정량화된 배당정책을 운영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배당금액을 알고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배당 선진화 방안이 시행됐지만, 아직 결산 배당만 해당해 이번 중간배당 규모는 공개하지 않은 기업이 상당수다.

연중 배당 횟수도 차이가 크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니케이225 기업 가운데 88%가 중간배당을 지급했다. 이와 달리 코스피200에서는 불과 8%만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분기 배당(7%)까지 합해도 15%에 그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국내 상장사가 12월 결산 배당 시점에 배당 정책을 반영해 배당금을 늘리기 때문에 올해 반기 배당은 지난해보다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중간배당은 당장의 배당액보다 배당을 할 만큼 순이익이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있지만, 실적과 무관하게 이미지 쇄신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