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 전광판.

1일부터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 지난달 28일까지는 오전 9시 개장해 오후 3시 30분 폐장했는데, 하루 운영 시간이 6시간 30분에서 17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 중 한 곳이면서 우리보다 시간이 늦은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개장 시간을 모두 포괄하는 시간대다.

원·달러 외환시장 운영 시간이 새벽 2시까지로 늘어나면 일상생활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우선 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서학 개미들은 임시 환율이 아닌 실시간 환율로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보다 야간에 투자 가능 액수가 늘어난다. 기존엔 국내 외환시장이 닫혀 있는 시간에 해외 주식을 사고팔 때는 임시 환율인 ‘가환율’로 환전을 했는데, 이제는 새벽 2시까지 실시간 시장 환율로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외환시장 종료 후 해외 주식을 매수하려는 서학 개미들은 가환율로 환전한 뒤 이튿날 외환시장 개장 이후 실제 시장 환율로 정산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가환율은 시장 환율보다 약 5%쯤 높았기 때문에, 환전을 하면 실제 갖고 있는 돈보다 주식을 적게 매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당 시간대 미국 주식과 채권 거래엔 실시간 시장 환율이 적용된다.

트래블카드 등을 들고 미국 등 해외로 여행을 떠난 고객들의 경우, 앞으로 은행 고시 환율이 아닌 실시간 환율을 적용받아 결제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들은 환율이 급변동할 때도 실제 환율이 아닌 일종의 가공된 은행 고시 환율로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조치로 선택 폭이 넓어져 고객 편의가 증진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환율의 방향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시간 환율이 소비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다.

국내에서 영업하거나 해외에 진출한 수출입 기업도 야간의 환율 변동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역외 시장에서 환율 변동이 생겨도 바로 환전을 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다만, 거래 금융회사에 따라선 시스템 개편에 시간이 걸려 당장 야간에 실시간 환율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