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 ‘풋옵션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 연합이 신세계 측 백기사로 나선다. NH투자증권(005940)과 KB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가 신세계(004170)그룹과 손잡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FI들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 행사 여부를 두고 갈등을 벌여 온 신세계그룹은 올해 말까지 새로운 FI를 찾아 지분을 되사주기로 최근 합의한 바 있다. 만약 새로운 FI를 구하지 못할 경우 신세계그룹은 직접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SSG닷컴 로고. /뉴스1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이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인수 구조를 논의 중으로 이들 외에 한국투자증권도 인수 참여를 타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SSG닷컴이 5년 전 약 1조1000억원 투자유치 당시 책정한 기업가치 3조3000억원 수준이 그대로 유지됐다. 어피너티파트너스는 지분 가치로 1조5000억원 수준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신세계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시장에선 증권사가 대출과 같은 구조로 SSG닷컴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을 인수하고 이자를 받되 인수로 인한 위험은 신세계그룹이 지는 식이다. SSG닷컴이 신세계그룹 온라인 통합 플랫폼 운용사지만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총주식스와프(TRS) 계약을 통한 계약과 풋옵션 설정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RS란 증거금을 담보로 주식 등 기초자산을 대신 매입하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파생금융거래 기법이다.

이 방식을 이용할 경우 증권사들은 신세계그룹이 설립할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빌려주고 연 6~7%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취할 계획이다. 명목상 수수료지만, 사실상 이자를 받는 대출인 셈이다. 이 경우 투자 규모도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과 논의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말까지 시간이 충분한 만큼 거래 조건이나 구조에 관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금액이 큰 만큼 국내 주요 증권사가 공동 참여하는 구조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일 SSG닷컴 FI인 어피너티·BRV캐피탈과 지분 매매계약을 맺었다. FI는 신세계그룹 측이 지정하는 단수 혹은 복수의 제3자에 지분을 매각하되, 매수인이 지정되지 않을 경우 그룹이 매수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거래는 연내 종결해야 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FI들과 풋옵션 행사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지만, 지분 매매계약을 통해 이를 봉합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이 약속한 조건을 이미 충족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FI들은 SSG닷컴이 상품권 거래 등을 통해 거래액을 과대 계상한 만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신세계 그룹과 FI는 투자 시점에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SSG닷컴의 총거래액(GMV)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거나, 기업공개(IPO) 관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FI 보유 지분을 웃돈을 주고 다시 사가야 하는 내용이다.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은 SSG닷컴에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 등 총 1조원을 투자해 각각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여러 주체와 협의하고 있지만, 어디인지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