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12개 금융기관이 총 107억5000만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선박 ‘선수금 환급보증(RG)’을 공급한다. 국내 조선업계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중도 파산할 경우 선주(船主)에게서 미리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갚겠다고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에서 김광호 대한조선 대표(가운데)가 시중은행-중형조선사 RG 1호 보증서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광호 대한조선 대표, 김주현 금융위원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7일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과 ‘조선기업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RG 확대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협약에 따라 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과 경남·광주·부산은행 등 3개 지방은행, 기업은행 등 9개 은행은 대한조선·케이조선 등 중형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 9척에 대한 RG를 3000만달러씩 약 2억6000만달러 규모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7억 달러(약 1조원) 규모 선박 9척의 건조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시중 은행이 대형이 아닌 중형 조선사 RG 발급에 참여한 것은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시중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조선업계 부실이 확산되자 2013년부터 RG 발급을 중단했었다. 이날 신한은행은 대한조선이 벨기에 선사로부터 수주한 원유 운반선 1척에 대한 1호 RG를 발급했다.

4년 치 일감을 확보한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에 대해서는 5대 은행과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8개 은행이 100억7000만달러(약 14조원)의 신규 RG 한도를 부여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최근 LNG 운반선 등 고가 선박 수주 호황으로 기존 RG 한도가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조선업 침체로 중단됐던 시중은행의 중형 조선사 RG 발급이 재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내달 중 후발 경쟁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K-조선 초격차 기술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