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키움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전산 오류로 금전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보상에 착수했다. 일찍이 보상하겠다고 밝힌 키움증권(039490)과 달리 미래에셋증권(006800)은 그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피해 고객들의 불만이 컸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전산 오류로 버크셔해서웨이, 뉴스케일 파워 등 40여개 종목 가격이 90% 이상 폭락한 가격으로 표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일부 투자자가 저가 매수를 노리고 주문을 넣었다. 당시 뉴욕증권거래소 측은 오류 수정을 위해 거래를 잠시 중단한 뒤 “잘못된 가격으로 체결된 거래를 무효화했고, 투자자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정가(투자자가 사려는 가격을 정해서 매수 주문을 내는 것) 주문만 취소되고, 시장가(가격을 지정하지 않는 것) 주문은 취소되지 않았다. 낙폭이 컸던 만큼 서둘러 잡으려고 시장가 주문을 낸 투자자들은 거래 재개 후 정상가격으로 주식을 사게 됐다. 뉴스케일 파워를 예로 들면 주가가 8~9달러대에서 전산 오류로 0.13달러까지 추락했는데, 0.13달러 수준의 주가를 보고 시장가 주문을 낸 투자자는 거래 재개와 함께 8~9달러에 사게 된 것이다.

금전 피해가 키움과 미래에셋에 집중된 건 이 두 증권사가 주문 금액이 계좌 잔액보다 적을 경우 자동으로 미수(외상) 거래로 진행하는 시스템을 쓰고 있어서다. 국내 다른 증권사들은 자동 미수 거래를 적용하지 않았거나 일정 범위 내에서만 허용한다. 폭락한 가격에 사서 자산을 불리려던 키움·미래에셋 고객 다수가 순식간에 투자 원금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의 미수금을 떠안게 됐다.

원칙적으로 키움과 미래에셋에는 피해 보상 의무가 없다. 그러나 며칠 전 키움증권이 먼저 피해 보상 계획을 밝혔고, 미래에셋증권도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을 마치고 이번에 보상을 확정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고객 보상, 주문 체결 시스템 점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99% 떨어진 가격에 요행을 바라고 시장가 주문을 넣은 것은 맞지만, 투자원금의 수십 배 규모로 주식이 매수된 것은 증권사 잘못이 있다고 본다”면서 “일정 부분 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