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선제적으로 나섰다. 증권사들은 ECB가 올해 말까지 두 차례 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CB는 전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기존의 4.5%에서 4.25%로 내렸다. 또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1일간 자금을 예치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예금금리를 4.75%에서 4.50%로, 한계대출금리도 4.00%에서 3.75%로 하향 조정했다.

크리스틴 리가드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6일(현지시각)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CB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금리를 인상한 뒤 9개월 만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선 ECB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처럼 생각해 왔다. ECB 주요 인사들이 기준금리 인하 의지를 사전에 밝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언제 이뤄질지였다.

증권사들은 ECB가 오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CB의 4월 통화정책 성명문에 ‘부분의 인플레이션은 완화되고 있고, 임금 증가율은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6월 통화정책 성명문에는 임금 증가율이 완화하고 있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ECB의 예상과 달리 올해 1분기 임금 상승률이 4.7%를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4.5%)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ECB의 6월 통화정책 성명문에는 인플레이션이 2025년에도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구도 새로 추가됐다. 양지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ECB가 오는 7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했다.

다만 양 연구원을 비롯해 교보증권,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등 대부분이 연내 두 번 더 기준금리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오는 9월과 12월로 예상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는 데이터 중시를 강조하면서도 경제 전망에 기반한 선제적 (통화) 정책 운용을 선보였다”며 “경제 전망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새 전망치가 나오는 매 분기 말(9월,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ECB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위해 몇가지 단서가 따라붙는다. 먼저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를 유지해야 한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중요하다. ECB가 통화정책에서 연준과 큰 엇박자를 내기는 어려워서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중앙은행에 이어 ECB도 내부 여건들을 고려해 연준과 통화정책 차별화를 진행했지만, 이들이 계속해서 연준과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며 “ECB도 당장 유로화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연준과 통화정책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은 부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