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형증권사 직원 A씨가 올린 유튜브 영상 하나가 증권가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에서 IB 지원 업무를 하는 A씨는 지인 20여명만 접근할 수 있는 비공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데요. A씨는 이 공간에 지난해 자신이 받은 인센티브를 낱낱이 밝히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 액수가 5000만원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일러스트=손민균

성과급을 공개한 의도는 모르겠습니다. 비공개 채널이니 소수 구독자에게 좀 더 솔직한 영상을 제공하려던 게 아닐까요. 문제는 A씨가 굳게 믿었을 구독자 중 한 사람이 해당 내용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점입니다. 직장인이라면 ‘남이 받은 돈’에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죠. 더욱이 그 업종이 고액 연봉으로 유명한 증권업이라면 말입니다. A씨가 작년에 받은 성과급 액수는 순식간에 여의도 증권가에 퍼졌습니다.

증권업계 반응은 다양합니다. 대형 증권사 임원 D씨는 “비공개 채널이라고 해도 자신이 받은 인센티브를 타인에게 발설했다면 회사와 맺은 비밀 유지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견 증권사 영업직군에서 일하는 S씨는 “능력대로 받아가는 증권업계에서 이 정도 수준의 성과급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대형 증권사의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요. 아무래도 A씨가 속한 IB 부문 반응이 뜨거운데요. 대부분 “IB 지원 업무를 하는 스태프 조직이 성과급을 많이 받아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직원 J씨는 “외부에서는 증권사 IB 소속이면 모두 돈을 잘 벌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필드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지난해 (A씨보다) 인센티브를 적게 받은 사람이 꽤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IB 파트 내 젊은 직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30대 직원 K씨는 “이연 성과급 제도 탓에 근로 의욕이 확 꺾였는데 (A씨가 받는 성과급 수준을 들으니) 허탈감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연 성과급은 한 해의 성과급을 한 번에 다 주지 않고 일정 비율씩 수년 동안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거액의 인센티브를 노리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금융회사의 한탕주의를 경계하고자 성과급 이연 지급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전통 IB가 타깃인데요. 직원 입장에선 뭉칫돈을 한 번에 받을 기회가 사라져 싫을 수밖에 없겠죠.

특히 성과급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주니어 직원의 불만이 큽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A씨 유튜브 논란이 터진 겁니다. IB 조직 사기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태이다 보니 A씨 인센티브를 바라보는 증권사 내부 동요가 더 큰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같은 증권사여도 IB 외부의 시선은 또 다른 듯하네요. 리테일 파트에서 근무 중인 L씨는 “IB의 한탕주의와 탐욕이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종종 있었기에 성과급 이연 지급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며 “게다가 증권사에는 IB 부문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지원 업무를 한다고 해서 성과급이 꼭 적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