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 3조5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반년 만에 몸값이 1조5000억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당시 초기 투자자 중 하나인 위메이드는 투자 자금 회수 목적으로 시프트업 지분 4%를 텐센트에 매각했는데,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2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시프트업의 총 공모 주식 수는 725만주로 100% 신주 발행한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4만7000∼6만원, 공모 예정 금액은 3407억5000만∼4350억원이다. 밴드 기준 시가총액은 2조7300억∼3조4800억원에 달한다.

시프트업 CI./ 시프트업 제공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한 시프트업은 예비심사 청구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며 ‘신작 효과’를 극대화하는 꼼수를 썼다. ‘승리의 여신: 니케’(니케)에서만 매출이 나오는 상황에서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까지 상장을 늦춰 ‘원 게임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에서다. 앞서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 게임 하나로 상장했는데, 공모가나 시초가는 비교적 높게 형성됐으나 이내 주가가 추락해 반의 반토막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지난 2월 사전 예약을 시작해 지난달 정식 출시했다. 사전예약 판매 단계에서는 북미와 유럽 주요 국가에서 PS 스토어 게임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정식 출시 이후 일본에서만 6만7131개를 판매하며 일본 패미통이 집계한 주간 소프트웨어 판매량 순위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콘솔 게임이라 초반 성적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과금 사업 모델이 아닌 패키지 판매 중심의 일회성 수익 구조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출시 직후 매출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주관사단은 새로 출시한 스텔라 블레이드의 실적을 가결산 형태로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니케의 실적만 담긴 올해 1분기(1~3월) 영업수익은 373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16.8%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4월에는 218억9400만원의 영업수익을 달성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에 공모 직전 월별 매출까지 기재하도록 권유한 만큼 스텔라 블레이드의 매출이 공모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유통 시장에서도 게임 개발사의 경우 신작 출시 전후 주가가 고점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다.

신작 효과를 노리는 게임사는 시프트업뿐만은 아니다. 밸류에이션 전략은 저마다 다르지만 신규 게임 출시에 따른 모멘텀을 활용한다는 점은 대다수 회사가 유사하다. 2017년 상장한 넷마블(구 넷마블게임즈)은 IPO 직전 출시된 ‘리니지II: 레볼루션’의 폭발적 성장세가 공모 흥행으로 이어졌다. 넷마블은 2016년 말 출시된 리니지II: 레볼루션에 대한 기대감으로 당초 관측보다 두 배가 넘는 수준의 예상 시가총액을 책정할 수 있었다.

시프트업 측도 이를 의식해 증권신고서에 ‘특정 게임 의존도 관련 위험’ 사항을 기재했다. 시프트업 측은 “니케는 당사 영업수익의 97.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당사의 재무적 성과와 성장성은 니케의 라이프사이클 장기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 신작 개발에 대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막대한 개발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출시 일정 지연과 개발비용 초과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프트업은 국내 주요 게임사를 배제하고 일본 기업 3곳을 피어 그룹으로 선정했다. 스퀘어 에닉스(일본 미디어 기업), 사이버 에이전트(일본 게임사), 카도카와(일본 콘텐츠 기업) 등이다. 일본 내에서 니케와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가 흥행한 점도 주요 요인이지만, 국내 게임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 4곳이 추정한 국내 게임사 시가총액 1위 크래프톤의 PER은 14.3배다. 반면 피어 그룹의 PER은 각각 40.66배, 41.33배, 35.75배 수준이다. 시프트업은 이들의 평균 PER 39.25배를 적용해 몸값을 산정했다.

텐센트에 집중된 매출처 편중도 약점으로 꼽힌다. 니케를 퍼블리싱하는 중국 텐센트 계열사 ‘프록시마 베타’로부터 나오는 매출 비중이 지난 1분기 기준 시프트업 전체 매출 비중의 97.6% 차지하고 있다. 프록시마 베타에 대한 매출채권 잔액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598억원에서 올해 1분기 724억을 기록했다. 매출채권 회전율도 업종 평균인 8회에 비해 낮은 2.3회로 나타났다. 매출채권 회수율은 회수율이 높을수록 자금 회수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시프트업 측은 “스텔라 블레이드는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작으로 소니(SONY)가 유통을 맡았다”면서 “프록시마 베타에 집중된 매출 비중이 분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6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스텔라 블레이드' 론칭 이벤트 현장. /연합뉴스

단기적으로 오버행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 직후 시장에 유통 가능한 물량은 신주 발행하는 725만주(12.49%)와 재무적 투자자(FI) 카카오벤처스가 보유 중인 162만8200주(2.81%), 일반 투자자 A씨의 54만8940주(0.95%) 등 1045만4535주(18.02%)다. 텐센트의 자회사이자 시프트업의 2대 주주인 에이스빌은 보유 물량 전부에 대해 6개월간 의무보유를 확약했다. 최대주주인 김형태 대표이사는 1년, 김 대표의 배우자와 임원들은 6개월 동안 의무 보유할 예정이다.

시프트업은 다음 달 3∼13일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같은 달 18∼19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다. 계획대로라면 6월 중으로 코스피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